[고흥(전남)=IT조선 이진] 우주 과학 발전에 전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술자들이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탐사용 로켓을 제작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우주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에서다.
지난 28일 찾은 나로우주센터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채 10m도 되지 않는 등 기상 상태가 최악이었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까지 불었다. 그러나 센터 내부 과학자들의 구슬땀과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현지의 악천후에 대한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세계 속의 기술 한국 도약이 왜 가능한 것인지, 개발 현장이 왜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반도 주변국인 미·중·일·러·북은 이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어 전략적·안보적 차원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발사체가 없는 국가가 새로운 위성을 띄우려면 선진국에 의존해야 하고, 결국 주체적인 우주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리랑 5호 위성 발사 당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연기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주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한국은 두 차례에 걸친 실패 끝에 우리 기술로 만든 2·3단 추진엔진을 탑재한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1단 엔진은 러시아의 제품을 사용했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이 성과를 냈다.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00톤급 3단형 발사체 개발 및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해 1조9572억 원을 투입한 한국형발사체(KSLV-II)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75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이를 활용한 시험발사체의 제작 및 발사를 통한 액체엔진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속의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의 1단계는 이미 지난해 7월 모두 완료됐으며, 2단계 사업이 2018년 3월까지 진행된다. KARI는 1단계로 진행된 7톤급 액체엔진 개발 및 시험설비 개발·구축을 완료했으며, 엔진에 대한 성능 확인까지 모두 마쳤다.
2단계 사업에서는 75톤급 지상용 엔진 및 시험발사체 개발을 진행한다. 내년 12월에 있을 시험발사체 시험 발사를 위해 현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75톤급 엔진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그동안 지적됐던 연소 불안정성 문제의 해결이다. 로켓에 들어가는 액체 연료를 엔진이 균일하게 태우지 못할 경우 로켓이 폭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KARI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광래 KARI 원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진행된 연소시험이 애초 목표했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연소 불안정성 문제가 거의 잡혀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KARI는 지난해 12월 진행한 7톤급 엔진의 100초 연속 연소시험에 성공했고, 이를 500초까지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75톤 엔진을 구성하는 연소기, 터보 펌프, 가스발생기 등을 조립한 상태에서 연소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75톤 엔진의 연소시험은 1단 엔진은 120초, 2단 엔진은 140초 달성이 목표다.
2021년까지 진행할 3단계 사업에서는 3단형 발사체 비행모델 제작과 함께 발사까지 이뤄진다. 3단형 발사체는 75톤급 액체엔진 4기로 묶음 구성되는 1단 엔진과 75톤급 1개로 구성되는 2단 엔진, 7톤급 1개인 3단 엔진 등으로 구성된다.
조광래 원장은 “우주 개발은 국가의 총체적 과학기술력을 상징하며, 우주개발의 성공은 국가 위상 및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국민의 자긍심 고취와 우주에 대한 관심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