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국내 핀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핀테크포럼이 내부 구성원 간 이견 차이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구성원 간 대립각이 심화되면서, 조직분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상태다.

현시점에서 표면화된 갈등의 중심은 박소영 의장의 해임안이다. 포럼 내 이사 5명(최기의 부회장, 구태언 이사, 김동진 이사, 박승현 이사, 황승익 이사)은 박소영 의장의 독선적인 포럼 운영 행태를 문제 삼으며, 지난 2월 1일 진행한 이사회를 통해 의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박소영 의장의 해임에 동의했던 박성태 전 사무국장은 박소영 의장의 해임안 통과 직후, 한국핀테크포럼의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이메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박소영 의장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에 박소영 의장도 김일선 한양대 국가 인프라 국제관계 연구소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본부(이하 비대본)를 구성하고, 법무법인 지평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하는 등 이사진의 의장 해임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의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하는 이사진 측은 박소영 의장이 명확한 기준 없이 포럼을 독단적으로 운영해 왔고, 심지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포럼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전체 회원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정작 회비를 낸 정회원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본 측은 이사진의 의장 해임안은 절차와 형식이 무시된 해임 결의안에 불과하고, 더욱이 의장직 해임 결의안조차도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사진의 월권행위에 불과해 사실상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박성태 변호사가 공식홈페이지의 비밀번호를 변경한 행위 등은 명백한 업무방해에 해당해 형사고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동안 포럼이 핀테크 생태계의 기반을 다졌다고 판단하는 비대본과 포럼 운영을 통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사진 모두 포럼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비대본은 현 포럼 방식에 불만이 있는 회원들이 자의적인 결정에 의해 탈퇴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사진은 포럼을 활용할 경우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박소영 의장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만큼, 박 의장을 제외시켜 포럼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표면적인 입장만 살펴보면 양측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양측의 주장대로 포럼이 핀테크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여해 왔고, 포럼 발전만을 고려하고 있다면 현시점에서라도 포럼을 정상화하기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최근 관련 업계의 동향과 이번 사안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중 한국핀테크협회를 출범하고, 초대 회장으로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선임했다는 점이다. 신설 협회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 무게감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회원사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한국핀테크협회가 공식 출범하면 금융위는 산하에 한국핀테크협회와 한국핀테크포럼을 두게 된다. 이처럼 유사한 형태의 조직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헤게모니는 전 금융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한국핀테크협회로 넘어가 될 게 자명하다.

포럼 비대본은 박소영 의장 해임을 결의한 이사진이 한국핀테크협회 출범 후 포럼과의 통합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이사진이 한국핀테크협회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포럼을 통째로 상납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영세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서는 포럼의 존재가 필요하다며 협회와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2일 포럼 비대본은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한국핀테크포럼은 ‘국가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포럼 명칭을 “사단법인 한국핀테크협회”로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중 한국핀테크협회의 공식 출범이 예정돼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를 저지하려는 행위로 비춰질 오해의 소지가 큰 것이다.

거물급 수장을 등에 업은 한국핀테크협회의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실리와 명분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핀테크포럼의 내부 갈등을 국내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