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유진상]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첫 대국에서 승리했다. 아직 4번의 승부가 더 남았다. 하지만 이제 알파고 입장에서는 나머지 승부에서 전패해도 잃을 것은 없어 보인다. 이미 알파고가 인간의 최고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충분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9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첫 대국을 마쳤다. 알파고는 총 186수 만에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불계승했다. 불계승이란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한 것을 말하며, 이세돌 9단이 기권했다는 의미다. 

이번 대결에서 알파고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이세돌 9단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이세돌 9단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이세돌 9단은 3시간 30여분 만에 돌을 던졌다. 

바둑전문가들은 이번 대결을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설을 맡았던 바둑 전문가는 “알파고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 있을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긴장하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 알파고의 대결은 강하게 부딪히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지만, 오늘 대국은 강하게 부딪히고 철저하게 승리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며 “이세돌 9단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평했다. 

이번 1승으로 알파고는 바둑에서만큼은 인간의 최고 수준까지 도달한 것을 입증했다. 또 이 한 번의 승리가 갖는 의미도 충분하다. 20년 전 IBM 딥 블루가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996년 IBM의 인공지능 ‘딥 블루’는 러시아 출신의 가리 카스파로프와 대결했다. 딥 블루는 총 6번의 대결에서 첫판을 이기고 나머지는 가리 카스파로프가 3번 이기고 2번 비겼다. 그럼에도 딥 블루의 첫 한판의 승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딥 블루는 엄청난 성능향상 작업을 거치면서 인공지능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알파고 역시 이 한 판의 승리가 큰 의미를 갖는다. 난공불락이던 바둑에서 인간과 기계의 실력이 비슷해졌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이번 한판 승부에서 더욱 빠른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얼마 만에 인간을 앞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정표가 됐다”며 “이제 인공지능은 1년 이내에 완벽하게 인간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