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구글 알파고가 인류를 대표한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외 금융권을 중심으로 로보 어드바이저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 국가에서는 로보 어드바이저 도입에 따른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국내 금융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씽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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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 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서비스다. 쉽게 설명하면 투자 전문가 대신 인공지능이 고객의 돈을 투자·관리하는 기술로 국내에서는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선 도입됐고, 최근 들어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유사한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이 서비스 상용화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14일 ISA 계좌에 가입이 가능한 전용상품 및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 어드바이저 온라인자산관리서비스를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이 선보인 이번 서비스는 ISA와 퇴직을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상품을 추천하는 베타버전으로 로그인이 필요 없어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은행 측은 3월 말 은퇴설계 서비스를 추가해 시범 운영을 한 후, 하반기에 은퇴 전 은퇴자금준비와 은퇴 후 생활자금설계를 모두 포함하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모델로 정식 버전을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인터넷, 스마트뱅킹 및 위비뱅크의 초기화면 전용 아이콘을 통해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투자목적에 따라 일반투자, ISA 투자, 퇴직투자 자금 부문별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우리은행 홍보 모델이 로보 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홍보 모델이 로보 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해당 투자 상품 서비스는 투자목적과 투자 기간, 목표수익률 등 6단계의 간단한 질문을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고객의 투자 유형 및 성향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추천상품 및 예상 수익률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금융, 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이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으로, 관련 투자 상품 서비스 출시가 임박한 상태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데이터를 근거로 한 객관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실제 투자 전문가의 경우 직관에 의한 잘못된 투자를 할 수 있고,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경우 감정에 휘둘려 정확한 상황판단이 쉽지 않다. 그러나 로보 어드바이저의 경우 정해진 값에 의해 객관적인 투자가 가능해 수익률을 높이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인 고액 연봉 직종인 투자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막대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 상품의 평균 연간 수수료는 0.25~0.5%로 투자 전문가와 비교 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로보 어드바이저 도입 확산이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즈의 13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영국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이하 RBS)는 투자자문 인력을 대거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RBS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투자자문역 220명과 보험상품자문역 200명을 포함해 모두 550명의 인력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8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로보 어드바이저로 서비스 중심이 옮겨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정부 규제 등에 의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어, 외국과 비교 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로보 어드바이저 자체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관련 기술이 인간 투자 전문가를 대체하기에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