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도 확 바꿨다'…네트워크 아키텍처, SW 중심으로 재편

노동균 기자
입력 2016.03.30 18:05 수정 2016.03.31 00:03

[IT조선 노동균] 네트워크 업계는 최근 수년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오버레이 네트워크,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등이 대표적인 예다. 관련 업계는 새로운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등장이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해왔다.


이제 그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큰손 시스코가 소프트웨어 중심 업체로의 변화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아키텍처 기술 흐름이 급변함에 따라 전 세계 스위치와 라우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스코도 결국 하드웨어만으로는 생존을 모색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시스코가 그동안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스코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분야에서 자동화된 네트워크 운용을 지원하는 ‘ACI(Application Centric Infrastructure)라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솔루션을 강력하게 내세웠다.


나아가 최근 시스코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엔터프라이즈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아키텍처(DNA)’를 발표했다. 시스코 DNA는 가상화, 자동화,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개방형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이다.

시스코 디지털 네트워크 아키텍처(DNA) 개요도(사진=시스코)

 


이 새로운 아키텍처의 이름이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와 동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스코 또한 스스로가 종속성 강한 고가의 네트워크 장비 벤더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결국 시스코는 DNA라는 이름에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비즈니스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반영한 셈이다.


시스코 DNA는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기존의 캠퍼스, 브랜치 유·무선망, 코어에서 엣지를 포함하는 모든 기업 네트워크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향후 시스코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 지배자적 사업자는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데, 시스코의 이러한 변화는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기술이 이제는 충분히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잘 보여준다.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면서 기대되는 가장 큰 혜택은 ‘자동화’다. 시스코 DNA는 기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를 구현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APIC’ 컨트롤러를 엔터프라이즈 모듈 형태로 확장한 ‘APIC-EM’을 기반으로 자동화를 실현한다. APIC-EM은 기존에 복잡한 커맨드로만 수행 가능했던 고급 스위칭·라우팅 기능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게 시스코의 설명이다.


대신 하드웨어 의존도는 대폭 줄어들어 구축비용(CAPEX)과 향후 운영비용(OPEX) 절감을 기대해 볼 만하다. 기존 장비 교체 없이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교체만으로 DNA 적용이 가능하며, 시스코 DNA의 가상화를 지원하는 최신 네트워크 운영체제 ‘IOS-XE’는 x86 서버에 올려 사용할 수 있게 돼 범용성이 향상됐다.


비즈니스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면서 시스코는 구매 방식도 대폭 간소화했다. 기존 시스코 장비의 경우 기능별로 라이선스가 구분돼 있어 각각의 기능 구매에 따라 복잡한 라이선스 정책이 적용돼 혼란의 여지가 많았다. 시스코 DNA는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과 사용할 물리 또는 가상 플랫폼을 선택한 후 전통적인 구매 방식 외에도 사용 기간별 구독 방식, EA(Enterprise Agreement) 방식 등 원하는 대로 구매할 수 있다.

시스코 DNA 구매 프로세스(사진=시스코)

 


시스코에 따르면 DNA는 아직 기초적인 자동화를 지원하는 1.0 단계다. 시스코는 향후 DNA를 정책 서비스, 고급 보안, 소프트웨어를 통한 관리,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스코 DNA의 기본 기능은 현재 사용 가능하며, 연내 고급 기능들이 잇달아 공개될 예정이다.


이문철 시스코코리아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영업 총괄 부사장은 “파괴적인 디지털 비즈니스의 배경에는 네트워크가 있고, 더 많은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네트워크는 지금보다 더 간결해질 필요가 있다”며 “시스코 DNA는 하드웨어 중심의 시스코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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