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중고 거래 시장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기를 띠고 있다. PC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주로 PC 본체와 모니터, 노트북 등 완제품을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하지만, CPU와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 PC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의 중고 거래 비중도 적지 않다. PC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부품만 사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고 거래 시장에서 PC 부품 중 그래픽카드와 관련한 사기 피해 발생이 급증하고 있어 중고 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그래픽카드는 PC 기반의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품이다. 성능이 좋은 제품은 가격도 수십만원대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이런 이유로 조금이라도 싸게 그래픽카드를 구하려는 수요가 중고 시장으로 몰리고, 거래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PC의 핵심 부품 중 그래픽카드 중고 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출처=중고나라 카페 캡처)
PC의 핵심 부품 중 그래픽카드 중고 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출처=중고나라 카페 캡처)
 
엔비디아의 ‘파스칼’과 AMD의 ‘폴라리스’ 등 차세대 그래픽카드 신제품의 출시 예정일이 임박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내다 파는 매물이 크게 늘자, 이를 악용한 중고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차세대 그래픽카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미리 현금을 확보하거나, 신제품 출시로 시세가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비싼 값을 보상받기 위한 목적으로 일찌감치 사용 중인 그래픽카드를 중고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고 제품이 저렴하게 나오는 시기를 노리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그래픽카드 중고 거래 시장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사기범들이 가세하면서 피해자가 늘고 있다.

그래픽카드 중고 거래 사기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나 중고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주로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물로 내놓고, 이를 보고 모여든 피해자들로부터 돈만 미리 받아 챙기거나 전혀 엉뚱한 물건을 보내고 잠적하는 식이다.

막상 사기를 당하면 다른 중고 사기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구제가 쉽지 않다. 신고해도 일반적인 금융 사기보다 상대적으로 피해 금액이 적어 수사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데다, 적지 않은 사기범들이 대포폰이나 대포 통장 등을 사용하고 있어 추적과 검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금 거래의 경우 거래 내역 확인이 어려운 것도 구제가 쉽지 않은 이유다.

각종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는 그래픽카드 중고 사기 피해에 대한 게시 글이 끊이지 않는다. (출처=쿨엔조이 그래픽카드 게시판 캡처)
각종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는 그래픽카드 중고 사기 피해에 대한 게시 글이 끊이지 않는다. (출처=쿨엔조이 그래픽카드 게시판 캡처)
 

업계 전문가들은 전문 사기범들이 처음부터 중고 거래의 허점과 좋은 제품을 싸게 구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노리고 범행을 저지르는 만큼 미리 주의하고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카드는 하드웨어 전문 커뮤니티나 중고매매 전문 사이트를 조금만 검색해도 대략적인 시세와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쉽다. 또 ‘아는 사람만 찾는 제품’이라는 그래픽카드의 특성상 동일범이 한 곳에서 연속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경우도 많다.

중고 거래 시 사기를 피하려면 ▲시세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일 만큼 싸게 내놓거나 ▲같은 제품(또는 같은 사진)을 다른 이름(아이디)으로 연속으로 등록하는 경우 ▲거주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택배거래만 고집하는 경우 ▲수수료 회피 명목으로 안전거래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우 ▲다른 대안 없이 무조건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택배 거래보다는 직접 만나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직거래를 주로 이용하고, 택배 거래를 이용할 경우 상호 합의를 통해 ‘안전 거래’ 시스템이 갖춰진 중고 전문 매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의심이 들면 ‘더 치트’ 등과 같이 각종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한 그래픽카드 업계 관계자는 “PC의 부품 중 가장 비싼 것 중 하나가 그래픽카드인 만큼 중고 거래도 활발하지만, 그만큼 사기 피해도 작지 않다”라며 “업계 입장에서는 유통 구조와 사후 서비스가 확실한 신품 구매를 추천하지만, 중고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생각이라면 사소한 것이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