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업체들이 ‘FIDO(Fast IDentity Online)’ 인증을 잇달아 획득하면서 생체인증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핀테크로 촉발된 차세대 인증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생체인증 기술 국제 표준화기구 FIDO 얼라이언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진행한 FIDO 공식 인증 상호운용성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FIDO 얼라이언스가 주관하는 공식 인증 심사가 미국 외 지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FIDO 인증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 FIDO 상호운용성 테스트 결과, 국내에서는 KT와 SK텔레콤을 비롯해 SGA솔루션즈, 데이사이드, 비티웍스, 에이티솔루션즈, 이니텍, 이더블유비엠, 투비스마트, 한국전자인증, 한국정보인증, 한컴시큐어 12개 업체가 새로이 FIDO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FIDO 인증을 보유한 국내 업체는 기존 9곳에서 21곳으로 대거 늘었다.

FIDO는 사용자 기기에서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 생체 정보를 활용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인증을 수행하도록 개발된 글로벌 생체인증 기술 표준이다. 인증에 필요한 생체 정보를 서비스 사업자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자 단말기에서 처리한 후 결과값만 전송해 서버에서 검증받아 인증을 완료한다.

상호운용성 테스트를 통해 부여되는 FIDO 인증은 생체 정보를 인식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UAF(Universal Authentication Framework) 방식과 서로 다른 두 매체를 활용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U2F(Universal 2nd Factor) 방식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UAF 방식으로 서버, 클라이언트, 인증장치 3가지 항목 중 하나 이상에 대해 상호운용성을 검증받았다.

FIDO 인증의 UAF 및 U2F 기술 개요(사진=FIDO얼라이언스)
FIDO 인증의 UAF 및 U2F 기술 개요(사진=FIDO얼라이언스)

 

인증 획득 업체들은 당장 FIDO 기술 기반의 서비스 구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곧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롯해 최근 다양한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안전하고 간편한 차세대 인증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FIDO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인증을 획득한 KT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권 비대면 인증 고객을 대상으로 FIDO 기술을 접목한 새 인증 방식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KT는 상반기 안으로 휴대전화 유심(USIM)을 활용한 FIDO 인증 장치를 추가로 개발해 인증을 획득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도 FIDO 인증 획득을 계기로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인증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SK텔레콤이 추구하는 생활가치,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3대 플랫폼에 인증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금융, 핀테크, IoT 분야로도 관련 기술을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GA솔루션즈는 앞서 국내 대형 이통사와 금융업계 인프라를 총괄하고 있는 코스콤에 공급한 자사의 차세대 인증 플랫폼 ‘트러스트채널 FIDO’에 대해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SGA솔루션즈는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트러스트채널 FIDO의 추가 확장 사업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기존 FIDO 인증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들도 추가 인증을 획득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PG 플랫폼 ‘퀵사인(QuickSign)’으로 FIDO 인증을 획득한 바 있는 시큐브는 이번에 추가로 생체 수기서명 인증 솔루션 ‘시큐사인(SecuSign)’에 대해서도 인증을 받았다. 시큐브는 해당 솔루션을 필두로 서명 문화가 정착돼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브렛 맥도웰 FIDO 얼라이언스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금융 서비스 및 모바일 사업자 초기 수요를 바탕으로 FIDO 인증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며 “FIDO 인증 제품도 3개월 만에 50% 성장하며 강력한 인증 기술의 새로운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