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개화하는 4월이면 여행지와 꽃구경 명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꽃구경으로 즐거울 것만 같은 봄나들이가 이른바 '비매너 사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비매너 사용자를 질타하는 게시물은 동호회나 온라인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형도 다양하다.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거나, 사진을 촬영한다며 출입 금지된 장소에 억지로 들어가는 사례는 이미 고전적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서로 부딪혀 카메라를 파손 혹은 분실하는 경우, 고가의 카메라를 쓰는 사용자가 일반 사용자를 무시하다 시비가 일어나는 등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자신이 촬영한 꽃을 다른 이들이 찍지 못하도록 파헤쳐 훼손하거나, 새 사진 촬영에 방해된다며 둥지 주변 가지를 흩어버리는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카메라 플래시를 강하게 터뜨려 새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진가, 생태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아기 새의 다리를 나뭇가지에 접착한 몰지각한 사례도 유명하다.

안타까운 점은 비매너 사례가 줄기는 커녕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진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사진과 기계 이론 논의는 활발했지만, 정작 중요한 사진 예절 논의는 없었던 탓이다.

비매너 사례는 위법 행위로 이어졌다. 사진 촬영 후 나무를 베어냈다가 처벌을 받은 모 사진작가가 그 예다. 해외에서는 방파제, 높은 건물 등 사진촬영 금지장소에 들어간 사용자가 해를 입거나, 심지어 사망한 사례도 보고됐다.

비매너 사례, 이제는 타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사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 제재도 방법이지만, 그 이전에 사용자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조금만 타인을 배려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비매너 사례는 충분히 없앨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이라는 이기심을 버릴 때다.

사진은 예술이다. 예술에는 인간애와 예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단순 자기만족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카메라 보급률이 높고 사진 인구도 많다.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는 제품 개발 시 우리나라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출시 후 반응도 살핀다. 국내 미디어의 기사나 소비자의 리뷰를 전 세계 소비자가 주목하기도 한다. 충분히 성장한 우리나라 디지털 이미징 시장, 그에 어울리는 고급 사진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