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blockchain)은 딥러닝과 함께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 글로벌 표준이 없어 현업에서는 다양한 기술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국내 개발자를 주축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커뮤니티 그룹(이하 블록체인CG)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교수
이영환 건국대학교 교수
이영환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CG’의 첫 번째 의장으로 선출된 인물로, 지금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국내 개발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부 및 관련 업계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환 교수는 “블록체인CG 구성은 블록체인 산업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표준을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본격적으로 표준 개발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며 “아직 국제 표준이라 할만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개발 작업을 진행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영환 교수가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블록체인CG는 월드와이드웹(WWW)의 표준을 개발하고 장려하는 국제기구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 Worldwide Web Consortium)’ 안에 소속된 커뮤니티로, 국제적인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온라인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거래시스템은 중앙 서버에 모든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고,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데이터를 대조해 데이터 위변조를 막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은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시스템에 처음 적용돼 해킹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간편결제와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안전한 사이버 거래를 위한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시장은 선점하려는 전 세계 산업계의 움직임 역시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는 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 등 40여 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 CNS가 블랙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또한 정부와 금융권은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블록체인 도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은 사이버 거래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만큼이나 중요한데, 정작 국내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구글 알파고의 영향으로 딥러닝에 대한 이슈는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 정보를 습득하고, 각 기술별 장단점을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환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현업에서 어떤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3개월 안에 업계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의 장단점을 기록한 백서를 출판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 등과 협력해 ISO20022 등과의 호환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격주마다 텔레컨퍼런스를 개최하고 6월에는 한국에서, 9월에는 리스본에서 전 세계 전문가가 참석하는 글로벌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