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2015년 매출 실적이 공개됐다. 총 매출액은 849억 4100만원이지만, 수출액은 3%에도 미치지 못한 2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오피스SW와 사진편집SW의 수출액은 모두 합쳐 1500만원 뿐이다. 한컴이 공공기관에만 의지하고 있는데다 ‘우물안 개구리’ 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힘든 이유다. 

국내오피스SW 시장 점유율(표=한글과컴퓨터)
국내오피스SW 시장 점유율(표=한글과컴퓨터)
18일 한컴은 자사의 국내 오피스 시장 점유율이 28%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공과 교육 시장에서 신규채널을 발굴했으며, 기업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으로 인한 매출 확대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 매출 실적 추이(표=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 매출 실적 추이(표=한글과컴퓨터)
실제 한컴이 최근 발표한 매출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총 849억 41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 중 내수시장에서 828억 4800만원이다. 이는 2014년 총 758억 3600만원(내수시장 736억 3000만원)과 비교해 12% 늘어난 수치다. 2013년 685억 2600만원(내수 663억 9600만원)과 비교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2%다. 

그렇다면 오피스시장 28%의 점유율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국내 오피스 SW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 추산대로면 한컴의 점유율은 20%를 살짝 넘는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10여년간 MS오피스와 한컴 오피스가 각각 8대2를 차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한컴 측은 30% 수준까지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공공 오피스 시장 규모를 살펴보자.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공공 오피스 시장은 850억원 규모다. 이 중 MS가 590억원, 한컴이 260억원 규모를 차지한다. 한컴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한컴의 점유율이 공공시장에 의존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국내 공공시장 납품을 담당하는 한 채널관계자는 “2015년 교육 및 공공 오피스 시장 규모는 1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출액은 MS와 한컴이 각각 7대3 정도”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한컴의 성장세는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행망용 워드프로세서로 등록돼 있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무조건 한컴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한컴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시장에서 한컴 제품의 가격변동 추이
공공시장에서 한컴 제품의 가격변동 추이
실제로 한컴오피스는 새 버전이 나올 때 마다 가격이 인상됐다. 한컴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주요 제품 등의 가격변동 추이에서 올 1월 새롭게 출시한 한컴오피스 네오는 42만 9000원이다. 이전 버전인 한컴오피스2014가 37만 9500원이었던 것에 반해 12%가량 인상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에서도 한컴오피스의 가격은 2010년 9만 9000원에서 2014년 17만 2480원으로 5년간 74.2%가 증가했다. 

한컴 제품별 가격(표=한글과컴퓨터)
한컴 제품별 가격(표=한글과컴퓨터)
업계 한 관계자는 “한컴은 공공시장에 공급하는 오피스SW의 가격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며 “공공기관에서는 행망용 SW로 등록돼 있어 가격이 올라도 그냥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정부공공기관과 학교 등이 예산절감을 위해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선 성장하지만, 해외 실적은 ‘우울’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SW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한컴을 밀어주고 있으며, 한컴은 이를 이용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컴오피스는 국내시장에서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총 매출액 가운데 해외 실적은 20억 9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웹오피스와 모바일오피스, 모바일용OS에서 20억 78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한컴오피스와 이미지편집SW를 합친 해외 실적은 1500만원에 불과하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한컴은 2014년 오피스 제품에서 5300만원, 웹오피스, 모바일오피스 부문에서 21억 4100만원의 실적을 거뒀으나, 2015년에는 오히려 실적이 줄어들었다. 수년간 해외시장 공략을 외쳤던 것을 비춰보면,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이에 한컴은 ‘한컴오피스 네오’ 출시를 계기로 ‘SW 신화’를 쓰겠다고 한다. 이 제품을 앞세워 그 동안 초라한 해외실적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남미, 중동,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반MS 정서가 높은 지역을 우선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0.4%에 불과한 전세계 점유율도 오는 2020년까지 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원필 한컴 대표는 “전세계 풀오피스 패키지는 한컴과 MS 밖에 없다”며 “그 동안 국내에 안주했던 사업을 해외로 넓혀 글로벌 오피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