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단통법 개선안…지원금 상한액 50만원 물건너가

최재필 기자
입력 2016.04.22 18:09 수정 2016.04.24 12:00

정부가 상당 기간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33만원)과 선택약정할인 요율(20%)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시행 1년 6개월을 맞은 단통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굳이 손 댈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2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단통법 1년 6개월의 변화' 설명회 자리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과 선택약정할인 요율 조정은 상당 기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말기유통법'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최재필 기자

단통법에서는 이통사들이 방통위가 정한 상한액 이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고, 방통위는 25만~35만원 사이에서 6개월마다 지원금 상한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유지되고 있는 지원금 상한액은 33만원으로, 2015년 4월 30만원에서 3만원 인상된 금액이다. 아울러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제로 도입됐으며, 2017년 10월부터는 지원금 공시의 의무만 남는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과 함께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은 매월 통신료의 일부를 할인받게 하자는 취지다. 최초 요금할인 요율은 12%였으며, 작년 4월 요율이 20%로 8%포인트(p) 상향 조정됐다. 이후 지원금 상한액, 선택약정할인 요율 모두 1년째 요지부동이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지원금 상한 조정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내년 10월부터는 일몰제로 자동 폐지되기 때문에 지금 지원금 상한을 조정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법 목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20% 선택약정할인 요율 조정은 상당 기간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요금할인은 모든 국민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이제 딱 1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중소 유통업계·시민단체 '뿔났다'

정부가 오는 6월 단통법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정작 중요한 지원금상한액·요금할인율 조정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유통업계와 시민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지원금 상한액과 관련해 민감한 곳은 중소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이다. 이통사 직영점, 대형 양판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 유통점들이 고객 유인책으로 쓸 수 있는 건 사실상 '지원금'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중소유통 업계는 이통사에서 지급하는 장려금까지 지원금에 포함시켜서라도 고객을 잡아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정부가 지원금 상한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는 33만원에서 35만원으로 2만원 올리는 것이 아닌, 지원금 상한 기준액을 35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지원금 상한에 조정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어차피 1년 6개월 뒤에 없어질 지원금 상한이라는 생각보다는, 1년 6개월 이내에 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고민의 흔적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폐업한 휴대폰 판매점 앞 모습 /최재필 기자

방통위도 중소유통점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300여개의 이통사 직영점이 늘어난 반면, 중소 유통점은 1000개정도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상한액'을 올리는 것 만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신종철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현실적으로 유통구조가 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반(反)시장적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박노익 이용자정책국장도 "이동통신시장이 직영점, 대형 유통점 중심으로 간다는 우려도 있는 건 맞다"면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지원금 상한액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20%로 유지되는 선택약정할인 요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선택약정할인 요율이 평균 26.2%에 달하기 때문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지원금 자료를 토대로 정확한 할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해외의 선택약정할인 요율은 프랑스 오렌지 33.3%, 독일 T모바일 28.7%, 호주 텔스트라 21.2%로 평균 26.2%에 달한다"며 "정부는 20%에 멈춰 있는 선택약정할인 요율의 상향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단통법 1년 6개월, 효과는 나타났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원금 상한, 요금할인 요율 조정 등 단통법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효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부처는 단통법 시행 후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고가요금제·번호이동 가입자에 집중되던 지원금 혜택이 차별 없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동일 지급됐다는 점을 꼽았다.

미래부 제공

또 국내에서는 거의 출시되지 않았던 중저가(50만원 미만)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9월 21.5%였던 중저가폰 비중은 2016년 2월 42.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만원 이상 고가폰 비중은 78.5%에서 57.6%로 떨어졌다.

전영수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단통법 시행 후 프미리엄폰·고가요금제 중심에서 벗어나 가격, 성능, 이용 패턴 등을 고려하는 소비 패턴으로 바뀌었다"며 "6만원대 고가요금제 비중은 법 시행 전 34%에서 지난달 2.9%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법 시행 직후 급감했던 단말기 개통건수가 법 시행 3개월 차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부 제공

전 과장은 "법 시행 전인 2014년 9월 단말기 개통 건수는 5만 8300여건이었지만 법 시행 직후 3만 6900여건으로 뚝 떨어졌다"면서 "하지만 그해 12월부터 법 시행 전과 비슷한 개통 건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잠시 위축됐던 시장이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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