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예상을 뛰어넘는 지능정보기술(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국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대국을 지켜본 사람 일부는 AI가 가져올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상대의 실체를 모르면 두려움이 커지지만, 상대를 정확히 알면 자신감이 커진다. AI를 파헤쳐보면 무엇이 있을까? 그곳에 바로 소프트웨어(SW)가 있다.

올해 3월 17일,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지능정보사회 간담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민간주도의 지능정보연구소 설립 등을 내용으로 한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산업계와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튼튼한 기초 없이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SW의 뒷받침 없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한 상상에 불과하다. ‘알파고 쇼크’를 멍하니 바라만 보지 않고, 우리가 지능정보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에 찬 전략을 자신 있게 제시한 것은 최근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서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변화들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2014년 SW가 전 산업과 국가 경쟁력 제고의 원동력이 되는 SW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발표하면서 관계부처는 물론 민간과 함께 SW 생태계 전반을 개선하고 SW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SW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창업 열기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SW 벤처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SW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 과정개편을 통해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에서 SW교육을 의무화하고, SW중심대학을 선정하면서 SW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을 만들고, 로봇을 움직여보는 재미에 빠져 스스로 멋진 SW를 개발하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때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웠던 SW 관련 학과들은 이제 카이스트 등 많은 대학에서 최고 인기학과가 되었고, 인문계열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SW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지금이 바로 SW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 나가야 할 적기가 아닐까? 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해온 조선업 등 일부 주력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은 SW에 있다. 그동안 SW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온 의료기기·기계·로봇·항공 등 7대 제조업에서 SW가 창출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제조업 내 8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SW와 관련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동차·조선·의료 등 기존 산업에서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 SW를 결합한다면, 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 선박·지능정보기술 기반 정밀의료 서비스 등 기존 산업의 지형도를 확 바꿀 파괴적 혁신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부도 어려서부터 SW를 접할 기회를 확대하고, 대학에서의 근본적인 SW 교육 혁신을 가속하는 등 SW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양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SW 융합 프로젝트와 R&D 지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SW중심사회 실현 노력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져 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SW를 통해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을 본격적으로 창출해야 할 것이다. 지능정보기술이 주도하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일, 그 성패는 바로 SW의 경쟁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