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기차역 승강장을 뜻했던 플랫폼은 그 의미가 확대되면서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의 의미로 사용된다. 공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틀(플랫폼)이 잘 짜여 있으면 확실히 서비스의 이해 및 이용이 쉽다. IT 산업 내에서도 잘 짜인 플랫폼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인지되고 있다.

PC 시대를 주름잡던 절대 강자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였다. PC의 가장 기본적 구조인 메인보드와 다양한 주변기기를 잘 만들고, 윈도우 OS(운영체제)를 통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과의 플랫폼 역할을 여실히 해냈다.

하지만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사람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주목 받게 된 것이다. 인터넷(네트워크) 시대의 흐름을 타고 구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도 네트워크 시대에서 구글의 성공 비결을 자사만의 강력한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2016년 현재, 모바일 시대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IT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하물며 카카오는 인터넷 시대의 산물인 '정보 검색'을 자사 모바일 메신저 안으로 흡수했다. '시대'를 합병한 카카오톡의 성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보이는 그대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시대가 도래할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무엇과 무엇을 연결하며, 어떤 핵심 기술이 차세대 산업을 이끌 것인지 아는 누군가가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자동운전'은 PC, 인터넷, 모바일처럼 시대적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이다.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그랬듯, 자동운전이 상용화될 4~5년 후에는 사람들의 행동 및 생각의 메커니즘 자체가 완전히 변할 듯싶다. 이쯤에서 지체하지 않고 언급하겠다. 미래의 차세대 산업은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사람과 장소를 잇는 플랫폼 안에 기존의 플랫폼을 흡수하여 더 새롭고 튼튼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정보를 바로 물을 수 있는 포털의 기능을 포함한다면, 모바일 사용시보다도 혁신적인 의사결정 단계의 축소가 가능하다. 사람은 목적지만 선택하면 된다.
현재 상황에서 국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PC 혹은 모바일로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최적의 루트 선택을 위해 도로 교통상황을 살펴보고,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찾고, 주차는 어디에 할 것인지 체크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이 과정은 반복된다. 만약 맘에 드는 음식점에 주차가 여의치 않다면? 정보의 재 검색은 필수다. 변칙적으로 발생되는 여러 조건들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비게이션이 고도화되면 이러한 고민은 필요없다. 내비게이션에서 주는 정보를 선택만 하면 된다. NO를 선택하면,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차선의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의지가 아닌 의사만으로도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자동운전 시대에 내비게이션이 고도화되어야 되는 필연적 이유다.

내비게이션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지리정보시스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우리나라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 및 진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국가의 도움으로 인프라가 구축 되었다면, 나머지는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기업들이 할 일이다. 모바일 시대를 선도한 플랫폼이 내비게이션까지 잘 한다면 앞으로의 시장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 때를 놓치면 자동운전을 주축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게 모든 시장을 내주게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차세대 산업의 리더는 쉬운 것도 아니지만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미래를 보는 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