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22일 선보인 '스카이 IM-100'을 공식 발표한 후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3사 중 LG유플러스만 이 제품을 출시하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팬택, 기사회생 첫 단추 '스카이 IM-100' 출시

IM-100은 ▲5.15인치 풀 HD(1920x1080) 해상도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 430 프로세서 ▲1300만·500만 화소 카메라 ▲2GB 램 ▲32GB 내장메모리 ▲3000mAh 내장 배터리 등을 내장했다.

팬택은 22일 서울 상암동 팬택 빌딩 2층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스카이 IM-100을 선보였다. / 최재필 기자
팬택은 22일 서울 상암동 팬택 빌딩 2층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스카이 IM-100을 선보였다. / 최재필 기자
IM-100은 후면 '휠키'와 무선충전 스피커 '스톤', 저렴한 가격 등이 돋보인다. 휠키는 음량을 조절하거나 사진 촬영 시 타이머 조정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톤은 무선충전기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결합한 복합 제품이다. 제품 가격도 44만9000원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이통사 지원금 등을 합하면 10만~20만원대에서 살 수 있다.

이용준 팬택 마케팅본부장은 "IM-100 초도 물량은 1만~2만대로 시작하겠지만 매달 5만대씩 추가해 연말 3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2014년, LG유플러스의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일방 통보 후 감정의 골 깊어져

스카이 IM-100은 팬택이 기사회생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 이통3사 중 유일하게 LG유플러스만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팬택과 LG유플러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외적으로는 팬택이 만드는 제품이 3만대로 한정돼 있어 LG유플러스까지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두 회사 사이에 과거 쌓인 앙금이 아직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사간 불협화음을 이해하려면 2014년 4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LG유플러스는 경영적 어려움에 빠진 팬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당시 주력폰이던 '베가 시크릿업(IM-A900L)' 가격을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인하했다. LG유플러스의 발표는 사전에 팬택과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었다.

출고가 인하는 팬택의 살림살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LG유플러스에 기존 납품한 재고 가격까지 덩달아 낮춰야 했던 탓이다. LG유플러스가 겉으로는 팬택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팬택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시 팬택 관계자는 "재고 물량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팬택은 같은 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파산 위기에 내몰렸으며,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재기불능 상태가 됐다.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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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 IM-100 '소프트웨어' 개발에 비협조적

팬택이 IM-100 출시와 관련 처음부터 LG유플러스를 배제했던 것은 아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양사가 협의를 했는데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점도 한가지 이유다.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면 이통사별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회사에 따라 통신 표준과 요구조건이 달라 별도의 개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는 팬택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SK텔레콤·KT에 비해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비협조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팬택이 이통사용 모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상대적으로 협조가 잘 된 SK텔레콤과 KT가 IM-100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 고전 중인 LG전자 손 들어줬나

통신업계에는 LG유플러스가 LG전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IM-100 출시를 포기했다는 견해도 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2조9632억원에 20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실적 악화는 MC사업본부 인원 축소로 이어졌다. 직원수는 2015년 1분기 8049명에서 현재 7460명으로 589명이나 줄었다.

G5 판매 부진도 LG전자 MC사업본부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2분기 G5 판매 저조로 부진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LG유플러스가 팬택의 IM-100을 팔아주는 대신 관계사인 LG전자를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 23만원대 스마트폰 X스킨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 23만원대 스마트폰 X스킨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팬택이 IM-100을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LG전자 'X스킨'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출고 가격이 23만1000원에 불과한 X스킨 홍보를 위해 전국 330개 매장에 별도 '체험존'을 구축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구매자에게는 3만원 상당의 추가 기프트 박스까지 제공하는 등 이례적 마케팅 활동도 펼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단독으로 X스킨을 출시할 수는 있지만, 23만원대 저가폰을 내놓으며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