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게임 시즌인 여름 방학을 앞두고 그래픽카드 시장 분위기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가 각각 새로운 아키텍처와 제조공정이 도입된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잇달아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리자드의 신작 '오버워치'가 인기를 끌면서 모처럼 PC 업그레이드 수요 증가로 게임을 즐기는데 필수 부품인 그래픽카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지는 상황이다.

외장형 그래픽카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는 AMD의 2016년 하반기 대결은 과연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

2016년 여름, 그래픽카드 시장을 달굴 차세대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AMD 제공
2016년 여름, 그래픽카드 시장을 달굴 차세대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AMD 제공
◆'압도적인 고성능'으로 기선 제압에 나선 엔비디아
첫 포문은 엔비디아가 먼저 열었다. 차세대 16nm(나노미터) 제조공정을 적용한 파스칼(Pascal) 아키텍처 기반의 신제품 '지포스 GTX 1080'을 2016년 5월 초에 공개했으며, 5월 말에 레퍼런스격 모델인 '파운더스 에디션'의 판매를 개시했다.

'지포스 GTX 1080'은 파스칼 아키텍처 라인업에서 최고 사양의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 세대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 최고 사양 제품인 '타이탄 X(Titan X)'를 가볍게 제치는 괴물같은 성능을 발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가격은 국내 기준으로 90만원~100만원대로 상당히 비싸지만, 가격보다 강력한 성능을 중시하는 하이엔드 마니아들의 반응은 뜨겁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초도 물량으로 들어온 총 300여개의 지포스 GTX 1080(파운더스 에디션)이 순식간에 동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후속타를 이어갔다. 6월 초 컴퓨텍스가 끝나기 무섭게 지포스 GTX 1080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더욱 뛰어난 '지포스 GTX 1070'을 연이어 출시한 것이다.

지포스 GTX 1070 역시 전 세대 '타이탄X'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지포스 GTX 1080에 비해 30만원 가량 저렴한 60만원대로 출시돼 GTX 1080의 가격에 부담을 느낀 게임 마니아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고의 가성비'로 반격에 나선 AMD
시장 점유율 회복이 간절한 AMD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AMD는 6월 초 열린 컴퓨텍스 2016 현장에서 14nm 제조공정이 도입된 폴라리스(Polaris) 아키텍처 기반의 '라데온 RX 480'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라데온 RX 480은 단순 성능만 따지면 지포스 GTX 1080은 물론 1070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진짜 무기는 바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라데온 RX 480은 2016년 6월 기준으로 40만원~5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던 지포스 GTX 980이나 라데온 R9 390X를 웃도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표된 가격은 메인스트림급인 199달러, 즉 25만원대에 불과했다. 비록 전 세대 기준이긴 해도 고가의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를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와 같은 최신 PC 기반 VR(가상현실) 솔루션도 여유롭게 구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성능의 비싼 하드웨어를 요구했던 'VR의 대중화'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실제 제품은 빠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나 출시될 예정이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일반 게이머들의 반응은 지포스 GTX 1080이나 1070에 못지않을 정도로 뜨겁다.

◆타깃 시장 서로 달라...당분간은 '눈치 싸움'
하지만 당분간 엔비디아와 AMD가 시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할 일은 없어 보인다. 지포스 GTX 1080과 1070은 전형적인 고가 하이엔드 시장을 노린 제품이고 라데온 RX 480은 일반 게이머도 충분히 살 만한 가격의 메인스트림-퍼포먼스급 시장을 노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점유율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은 AMD가 좀 더 유리해 보인다. 라데온 RX 480이 위치하는 메인스트림-퍼포먼스급 시장은 지포스 GTX 1080/1070이 위치한 하이엔드급 시장보다 그 규모와 수요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특히 AMD는 RX 480에 이어 메인스트림 시장을 겨냥한 RX 470과 460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질보다 양' 전략을 고수할 뜻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바닥까지 떨어진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고성능 하이엔드 시장은 나중에 넘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엔비디아 입장은 다소 난처하게 됐다. 지포스 GTX 1080의 압도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차례차례 하위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예상치 못한 AMD의 파격적인 '199달러' 전략을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엔비디아도 가격 인하 등을 내세워 맞붙을 수 있겠지만, 당초에 예상했던 이상적인 로드맵의 수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시즌을 시작으로 2016년 3분기 그래픽카드 시장은 지포스 GTX 1070과 라데온 RX 480이 각각 '고성능'과 '가성비'를 앞세워서 시장에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로 타깃하는 바가 다른 만큼 정면 대결 자체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메인스트림급 모델과 AMD의 하이엔드급 제품이 각각 모습을 드러낼 4분기가 오기전까지 그래픽카드 시장의 눈치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