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33만원으로 묶여 있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밝히면서,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단말기유통법을 일부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참여연대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선 어떻게 해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는 박노익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신민수 한양대 교수·이성엽 서강대 교수·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정경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되는 줄 알았는데… '좌절하는 유통협회'

6월 초 방통위가 현행 33만원인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고, 이동통신사·대리점·판매점 등이 휴대전화 출고가 수준까지 상한선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이 술렁였다. 하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일단락 됐다. 3년 일몰로 시행된 지원금 상한제는 2017년 9월까지 유지된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한 언급이 연거푸 이어졌다.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을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여전히 지원금 상한제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측은 정부의 확고하지 못한 결정으로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선 어떻게 해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최재필 기자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선 어떻게 해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최재필 기자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지원금 상한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단말기유통법 취지에 역행하는 조항이다"라며 "가계통신비 인하의 핵심은 단말기 출고가가 아니고, 소비자가 최종 지불하는 실구입가(할부원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방통위원장이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것이다"라며 "국민의 단말기 구입 비용이 내려가거나, 통신료가 인하됐다면 이렇게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통협회·시민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지원금 상한제가 실효성 있는 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지금 시점에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면 안정화된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 "지원금 상한제는 합리적인 통신소비를 총진하고 가계통신비에 기여했다"라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면 새벽에 줄을 서서 단말기를 구매하는 '대란' 재발이 불가피하고,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할 이유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물 건너간 '지원금 상한제 폐지'… 대안은 없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단말기유통법 개선에 대한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토론회에서는 학계에서 주장한 '차별적 지원금 지급'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기변경에 대한 차별적 혜택이 이용자 후생 측면에서 중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번호이동에는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라며 "공시제도만 잘 유지된다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원금이 다르게 공시되는 것이 큰 차별은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원금 상한 폐지 자체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을 유인해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적 지원금 금지에 대한 조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말기 유통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최재필 기자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말기 유통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최재필 기자
민간소비자운동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 대표로 참석한 정지연 사무총장도 신 교수의 의견에 공감했다. 시장 과열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들을 미리 파악, 대비한다면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란 전망이다.

정 사무총장은 "단말기 지원금은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지급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라며 "가입 유형별 차등 지급은 우려되는 부분에 캡을 씌우면 시장이 과열되지 않으면서 경쟁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실제 일본 총무성은 3월 '스마트폰 단말구입 보조의 적정화에 관한 가이드라인' 시행을 통해 가입유형별 차등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동통신사가 자율적인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교수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입 유형별 지원금을 자율 공시할 경우 상한 내에서 지원금 경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금 경쟁까지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중소 유통망의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유통법 3조1항을 보면 이통사·대리점·판매점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신 교수의 주장은 사실상 단통법의 3조1항을 삭제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단통법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해 오고 있다"며 "이번 제안 또한 검토해 보겠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변재일 의원은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단통법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각계 의견을 충실히 듣겠다"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인 개선방안도 마련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에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