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최종적으로 불허했다. 양사는 M&A가 침체에 빠진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ICT 산업의 선순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린 후 미래부·방통위가 추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공정위 결정을 뒤짚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위의 M&A 불허 판단 후 주요 이슈를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신청을 불허했다. 공정위는 1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오후 2시부터 7시간 동안 비공개 전원회의를 열고 M&A 이슈를 논의했는데, 방송권역별·이통시장 관련 경쟁제한성 문제로 M&A를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7개월 간의 대장정 마친 공정위의 M&A 심사

SK텔레콤·CJ헬로비전은 2015년 11월 2일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발행주식 30%를 취득할 것과 CJ헬로비전(존속)·SK브로드밴드(소멸)의 합병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다. 12월 1일에는 공정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M&A 신고를 받은 직후부터 거대 통신(이동통신1위)·방송(케이블TV 1위) 사업자간 결합임을 고려해 경제분석 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2016년 3월말 발표된 '2015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와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간한 통신·방송 관련 보고서 검토했다. 3월에는 주요 통신·방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

공정위는 결합 당사자와 경쟁 사업자가 제출한 경제분석 의견을 토대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수치화했다. 유료방송 시장의 수평형 기업결합으로 인한 수신료 인상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가격인상압력(UPP) 분석을 활용했고, 시장 획정이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 미국·유럽 등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 M&A 심사 관건이었던 '시장 획정' 어떻게 했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시 쟁점은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시장 획정이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시장을 CJ헬로비전이 케이블방송 사업을 하는 23개 방송구역별 지역시장과 나머지 전국시장으로 획정했다.


시장점유율과 ARPU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 공정위 제공
시장점유율과 ARPU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 공정위 제공
유료방송 업체는 전국 59개 권역 중 사업권을 받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은 전국 23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각 권역별로 가입자별 시장점유율이나 가입자1인당평균매출(ARPU),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사은품·지원금 등이 천차만별이다. 공정위가 방송권역별 시장 상황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이같은 권역별 차이 때문이다.

해외 사례도 영향을 줬다. 미국에서는 전국 위성사업자인 에코스타와 다이렉트TV 합병 심사 시 방송구역별 심사가 치뤄졌고, AT&A(IPTV)와 다이렉트TV의 경우에도 지역시장이 심사의 기준이 됐다. EU에서도 알티스와 PT 포르투갈간 M&A와 카벨과 텔레콜럼버스 심사 시 방송구역을 기준으로 삼았다.

◆ 통신·방송시장 경쟁제한성이 발목잡아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M&A가 다양한 수평형·수직형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료방송 시장의 경우, 양사간 M&A 후 21개 방송구역에서 결합 당사자의 시장 점유율이 46.9% ~ 76.0%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최대 58.8%포인트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서울 양천구 등 16개 방송 구역별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합계 50% 이상 ▲1위 사업자 ▲ 2위 사업자와 격차가 25% 이상 등이 돼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단독 요금인상의 가능성도 발목을 잡았다. CJ헬로비전은 IPTV 사업자 중 가장 유력한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하는데, 이 경우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경쟁 압력이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SO와 IP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이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일예로 일부 독점 지역의 서비스 사용료는 다른 곳보다 비싸다는 예를 제시했다.

2위와의 시장점유율 격차와 ARPU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 공정위 제공
2위와의 시장점유율 격차와 ARPU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 공정위 제공
공정위가 발표한 시장점유율과 ARPU의 상관관계를 보면, 점유율이 낮을수록 가격이 싼 곳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이 15.6%의 점유율을 지역의 디지털TV 가격은 8000원인데, 독점(53.1%)인 경기도 부천·김포에서는 1만2000원을 받고 있다.

방송요금 인상가능성에 대한 경제분석 방법으로 UPP 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수가 모두 양수의 값이 나온다. UPP 값이 양수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있고, 그 값이 음수면 가격 인상 가능성이 없음을 뜻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가격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의 수평결합이 경쟁제한을 가져온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경쟁 상품을 내놓던 알뜰폰 1위 사업자를 M&A 함으로써 소매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다.


CJ헬로비전은 가격·품질에 기반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이통3사를 실적적으로 견제하는 독행기업(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질서를 뒤흔드는 기업) 역할을 해 왔다. 알뜰폰 업계 최초로 LTE서비스를 도입하고, 반값·무약정 LTE 유심 요금제와 국내 최저가 LTE 요금제를 선보였다. 2015년 9월 기준 알뜰폰 사업자의 평균 LTE서비스 가입자 비중은 12.9%인데 CJ헬로비전은 36%를 기록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M&A 되면 종전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공정위,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M&A' 불허

공정위는 2015년 11월 2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체결된 'CJ 헬로비전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주식취득 행위의 이행을 금지했고, 같은날 체결된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간 합병 계약' 이행도 금지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은 과거 통신·방송분야 사례와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결합이 혼재해 있고 경쟁제한적 우려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조건부 승인을 위한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1항과 제16조(시정조치 등) 제1항 등에 따라 M&A에 따른 경쟁제한적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주식 취득 및 합병계약 이행을 금지하기로 했다"며 "이번 조치는 유료방송·이동통신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 폐해와 독과점 구조 고착화를 근원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