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컬러로 치장한 자동차가 두 대있다. 그런데 한 대는 150km/h의 최대속도를 자랑하지만 다른 하나는 최대 50km/h밖에 낼 수 없다. 모양은 같으나 실은 같은 차가 아닌 셈이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차량속도와 관련된 여러 요소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차량의 속도는 엔진의 성능, 차량의 무게, 타이어의 압력 등 차 자체의 성능과 함께 도로여건, 신호체계와 같은 외부요인 등 다섯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엔진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면 자동차는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 차 자체의 성능은 뛰어나더라도 도로상태가 엉망이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속도는 이 다섯가지의 합이 아니라 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요소가 0이면 나머지는 완벽해도 자동차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많은 과제를 깊게 들여다보면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더욱이 여러 요소의 합보다는 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하나를 개선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의 속도는 '창의적인 교육', '개방형 혁신', '위험 감수 금융', '규제 완화', '기업가 정신' 등 다섯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속도를 높이는 이 다섯가지 성공요소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로는 생각보다 더딘 위험 감수 금융 시스템 구축이 꼽힌다.

우리나라 금융은 부동산 담보를 통한 대출에는 능숙하지만 기술을 평가해 대출을 해주거나 더 나아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에는 매우 인색하다. 이러한 금융환경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젊은이가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대출이라는 물로 채워진 수영장은 부력이 없어 수영하는 사람이 익사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거침없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는 투자의 물이 가득 채워진 수영장에서 맘껏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투자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성공요인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창조 경제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 속도는 다섯가지 요소의 곱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창조경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라는 체계가 밑받침돼야 앞서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시대에서 보아왔던 원유라는 자원을 투입하여 나프타를 얻어내는 식의 산업형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명력이 없고 수동적인 물건에 상상력을 통해 지능을 부여하고 능동적인 서비스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GE가 항공기 엔진을 단순 판매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사전에 장애를 예측하고 최적의 비행항로를 제시하는 유지보수서비스로 사업모델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를 짓누르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고 새로운 주도권을 휘어잡을 수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상상력을 소프트파워를 통해 거대한 혁신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창조경제의 속도를 시급히 높여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정책과 법을 마련 중이다. 다만 하나씩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요소간의 하모니를 통해 단숨에 '창조경제'라는 자동차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