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m 남짓한 크기의 로봇 프라모델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 이야기다. 대중들이 과거 '조립식 장난감'이라 불렀던 건프라는 탄생 30여년이 지난 지금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바뀌었다.

건프라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로봇(모빌슈츠)을 소재로 만들어진다. 1980년 7월 19일, 첫 번째 건프라가 등장한 이래 탄생 35주년이던 2015년까지 1700여종의 건프라가 제작되고 전세계 4억4500만개가 출하되는 등의 인기 상품이 됐다.

건프라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건프라 제조사 반다이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일본 국외로 출하된 330만개의 건프라 중 약 30%에 해당하는 100만개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와 판매됐다. 나머지는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MG RX-78-2 건담 Ver.2.0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MG RX-78-2 건담 Ver.2.0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국내 건프라의 인기는 건담 이벤트인 '건프라 엑스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7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건프라 엑스포 2016'에는 행사 기간 중 한정판매하는 건프라를 구입하기 위해 코엑스 부지를 반바퀴 감을 만큼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이 행렬은 첫 날 건프라 엑스포가 마감될 무렵까지 지속됐다.

2016년 7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건프라 엑스포 2016’. / 김형원 기자
2016년 7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건프라 엑스포 2016’. / 김형원 기자
건프라는 장난감이 아니다. 현재 30~40대 성인이 된 1980년대 아이들은 당시 건프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으나, 지금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며, 만들기 어렵다. 물론 아이들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건프라도 존재하지만 전체 상품군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기동전사 건담'은 어떤 작품인가?

'건담(GUNDAM)'은 1979년 TV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機動戦士ガンダム)'으로 출발해 최신작인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機動戦士ガンダム 鉄血のオルフェンズ)'까지 크게 5개의 시리즈로 나뉘어진다. 각 시리즈는 TV애니메이션, 극장판, 오리지널애니메이션(OVA) 등 세부적으로 분류된다.

현재 30~40대 건담 팬들은 1979년작 '건담' 세계관인 '우주세기(宇宙世紀/ Universal Century)'를 무대로 한 작품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RX-78 모빌슈츠가 등장하는 초기 작품과 1985년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機動戦士Ζガンダム)을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건담이 이토록 인기를 끈 이유는 마징가Z 같은 비현실적인 슈퍼로봇이 아닌 어느 정도 현실성이 가미 된 리얼로봇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판타지에서 사이언스픽션(SF)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 놓았다는 것이다. 또, 깊이 있는 인물 설정과 교차하는 사상과 이해관계 등 휴먼 드라마로서의 가치도 높다.

1979년작 ‘기동전사 건담' 애니메이션을 담은 DVD 패키지 일러스트. / 반다이비주얼 캡처
1979년작 ‘기동전사 건담' 애니메이션을 담은 DVD 패키지 일러스트. / 반다이비주얼 캡처
◆ 건프라 어떤 종류 있나?

언뜻 대중들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건프라지만 다양한 등급과 브랜드 상품이 존재한다. 우선 등급으로 건프라를 분류하면 하이그레이드(HG), 마스터그레이드(MG), 리얼그레이드(RG), 퍼팩트그레이드(PG)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무등급 1/100스케일과 메가사이즈, 하이레졸루션모델 등 상품군이 확장되고 있다.

왼쪽부터 메가사이즈, PG, MG, RG, HG, SD 건프라. / 김형원 기자
왼쪽부터 메가사이즈, PG, MG, RG, HG, SD 건프라. / 김형원 기자
'HG'는 건프라 표준 상품이라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1/144스케일로 제작되는 HG 건프라는 1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대가 돋보이며, 상품 종류도 가장 많다.

'MG'는 HG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제품으로 1/100스케일로 만들어진다. MG 건프라가 HG보다 나은 점은 디테일이 높고 크기가 크며, 가동되는 부위가 많다는데 있다. 가격은 보통 5만원 이상이다.

'RG'는 1/144스케일로 제작되는 건프라로 HG와 MG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다. RG 건프라는 HG 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저렴한 편이며, 크기는 작지만 MG처럼 디테일이 상당히 높다. 가격은 보통 3만원선이다.

'PG'는 '건프라 끝판왕'이라 불리는 제품이다. PG 건프라는 1/60스케일로 제작되어 크기가 크면서도 모빌슈츠 기체가 아주 세밀하게 만들어진 것이 돋보인다. 이 건프라는 디테일이 가장 높은 만큼 만들기도 가장 어려워 건프라 마니아들을 위한 고가 상품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보통 20~30만원대다.

PG RX-0[N]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노른'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PG RX-0[N] 유니콘 건담 2호기 ‘밴시 노른'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최근 등장해 주목 받고 있는 '하이레졸루션모델' 건프라는 모빌슈츠 내부 골격인 '건담 프레임'이 조립되어 있는 상태로 제공되며, 그 위에 구매자가 조립해 건프라를 완성해 가는 상품이다. 이 건프라 상품은 가동 부위 혹은 금속 질감 표현이 필요한 곳에 메탈 부품을 채용했고, 더 이상 건프라에 색을 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형색과 도색 처리가 잘 되어 있다.

하이레졸루션모델 ‘건담 발바토스'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하이레졸루션모델 ‘건담 발바토스' 건프라 / 아마존재팬 캡처
◆ 건프라 일본에서 구입하면 저렴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국내 건프라 가격에 비해 일본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건프라 가격이 더 저렴하다. 문제는 배송비다. 관부가세와 배송비를 고려하면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이 속 편하다. 해외직구로 건프라를 구매해 이득을 보는 경우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다량으로 구매할 때, 일본에 직접 가서 핸드캐리로 건프라를 가져올 수 있을 때다.

◆ 건프라 팬을 위한 이벤트 건프라 엑스포 & 건담 빌더즈 월드컵

건프라를 만든 반다이는 매년 건담 마니아들을 위한 축제 '건프라 엑스포(GUNPLA EXPO)'를 연다. 이벤트에서는 건담 애니메이션 최신작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한정판 건프라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건프라 엑스포'가 정보와 볼거리를 더한 복합 이벤트로 발전한 것은 2013년도부터로 알려졌다. 그 이전에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정판 건프라를 판매하는 소규모 이벤트로 진행됐다.

국내에서 '건프라 엑스포'가 주목 받은 것은 건프라 탄생 35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건프라 엑스포 2015'다. 국내에서 여섯 번째 건프라 엑스포였던 2015년도 이벤트는 건프라 부품을 만들어 내는 사출 성형 기계를 가동해 오리지널 프라모델을 관람객들에게 선물하는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건프라 엑스포는 건프라 작품 경연대회인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GBWC)을 동반한다. GBWC는 건프라 만듦새, 도색 정도, 아이디어로 승부를 겨루며 한국・일본・홍콩 등 전세계 13개국에서 예선전을 펼친 후 일본에서 결승전이 진행된다.

GBWC 2015 출품작 ‘건담 & 건프라' / 김형원 기자
GBWC 2015 출품작 ‘건담 & 건프라' / 김형원 기자
결승전은 각국의 예선전 오픈, 주니어 코스에서 통과된 각 1개의 작품이 출전해 작품성을 평가 받는다.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 결승전은 2016년의 경우 12월 일본에서 열린다. '건프라 명인' 카와구치 카츠미와 하비재팬, 모델그래픽스 등 하비잡지의 모형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처 우승작이 결정되며, 수상자는 건담 트로피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GBWC에 출품되는 건프라 작품은 탄성이 절로 터져나올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 많다. 반다이는 이런 작품을 대중들의 눈에 비추는 것으로 건프라 인구를 늘리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2016년 오픈코스 예선 출전작품 임지훈 작 ‘지크지온'. / 김형원 기자
2016년 오픈코스 예선 출전작품 임지훈 작 ‘지크지온'. / 김형원 기자
◆ 건프라 만든 반다이는 어떤 회사?

'반다이'는 전 세계 프라모델, 피규어 컬렉터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기업으로 건담 프라모델은 물론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장난감 기업이기도 한 반다이는 1950년 7월 8일, 반다이야(萬代屋)란 이름으로 장난감 사업에 뛰어들었다. 섬유회사 반다이산업(萬代産業)의 자회사였던 반다이야는 모회사 섬유공장에서 남은 천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어 일본이 아닌 해외시장 위주로 판매했다.

반다이가 일본 시장을 겨냥해 장난감을 개발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일본 시장에서 후발 장난감 기업이었던 반다이는 기존 장난감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1961년 타카라·에폭사와 함께 완구삼사회를 설립하고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반다이는 1960년대 후반, '썬더버드' 등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 장난감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든다.

반다이의 주특기인 유명 캐릭터를 이용한 장난감 사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다. 반다이는 캐릭터 완구사업을 위해 자회사 포피를 설립해 일본의 영상사업 회사 토에이, 토호, 엔타니와 함께 가면라이더, 울트라맨, 슈퍼전대, 고질라 등의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낸다. 이후 포피는 급성장해 모회사 반다이를 능가하는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반다이에게 황금알을 낳아준 프라모델 사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다. 반다이는 1960년대 파산한 모형회사 '고쿠레'와 '이마이과학'의 공장과 금형을 이용해 1971년 '반다이모형'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반다이모형은 우주전함 야마토 초합금 시리즈와 1980년대 '건프라'의 폭발적인 인기 등 수 많은 히트 상품을 배출한다.

반다이 본사 빌딩 / 위키피디아 캡처
반다이 본사 빌딩 / 위키피디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