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대한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가 이르면 12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갖고 있는 규제라며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21개국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제한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2일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과 관련해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회 제2차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외반출 협의체는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되며 국토지리정보원이 간사기관이다. 이날 회의의 쟁점은 국가안보와 산업영향, 지명표기 등이다. 이번 회의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는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미 한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려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국가 안보 때문에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 구글 "지도 규제 한국만 유일, 안보 실질 효과 없다"...하지만

구글을 중심으로 한 찬성 측은 크게 3가지를 이유로 제시하며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안보에 있어 실질 효과가 없다 ▲국내 지도 기반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측은 안보상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외 반출 대상이 되는 지도 데이터에 안보시설 정보가 없으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들이 이미 안보시설이 포함된 위성 영상을 제공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반출 금지 규제에 대해선 지구 상에서 한국만 갖고 있는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UN-GGIM에 따르면 세계 21개국이 지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 UN GGIM 제공
UN-GGIM에 따르면 세계 21개국이 지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 UN GGIM 제공
하지만 유엔 글로벌공간정보관리(UN-GGIM)에서 2013년 7월 발표한 193개국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21개국이 지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구글은 중국 내비게이션 업체인 오토내비(AutoNavi)와 제휴해 1:50000 축적의 지도가 서비스됐다. 하지만 이는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한시적으로 개방했던 것이다. 중국은 올림픽이 폐막한 후 구글 접속을 정식적으로는 막아버렸다.

또 중국 내에서 일부 부분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보안처리와 데이터 왜곡으로 인한 오차가 커서 위성사진과 벡터값이 연결되지 않는 등 실제 정확도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의 경우는 자국 내 지도를 제공하거나 출판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률안(공간정보규제법)이 제출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인도의 지형을 잘못 표기하거나 거짓으로 묘사해 배포, 출판할 경우 1000만~10억루피(약 1억6000만원~167억원)의 벌금 또는 7년의 금고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은 구글 지도나 구글 어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가 지정한 보안 심의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북한은 구글 지도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이는 구글이 북한 정부로부터 데이터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구글 맵 매이커(Google Map Maker) 프로그램이나 OSM(Open Street Map) 등을 이용한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이스라엘은 구글이 유일하게 보안처리된 지도와 위성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1997년 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 덕분이다. 당시 미 국회는 '이스라엘에 관한 상세 위성 이미지 수집 및 배포 금지'조항이 포함된 법률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일부 시설들은 은폐됐다. 미국의 군사시설, 교도소 등은 물론 알락세이 밀레르 가즈프롬 CEO 저택과 캘리포니아 마즈다 레이스 웨이(자동차경주시설), 미국 모바일 오일 정유시설 등은 구글 맵에서 확인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지도 데이터 제공에 대한 조건으로 구글의 위성영상 서비스에서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례와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글 "지도 기반 산업 성장 저해, 관광객 불편 초래 주장"...여론은 반대

구글은 지도 반출 금지 규정이 한국 지도 기반 산업의 성장이나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구글맵의 내비게이션과 자동차, 도보 등 길찾기 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 측은 이에 대해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국내 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 지도 서비스 사업자들이 지도 API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API를 사용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함은 물론이고, 구글에 종속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구글에 대한 지도 데이터 반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여론 뒤집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공간정보산업협회는 8일 국회에서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참석해 '공간정보 활용을 통한 혁신'을 주제로 발표한다.

협회 관계자는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 토론회에서 나오는 내용이 국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