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한국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이 거세다. 한국 정부도 부담감을 느껴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상세 지도 데이터가 한번 해외로 반출되고 나면 유사 사례가 꾸준히 나올 수 있다. 데이터를 요구하는 구글의 세금 문제를 비롯해 지도 표기 문제와 안보 문제 등도 맞물려 있다.


10일 국토부는 12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지도국외반출협의체 2차 회의를 연기했다. 국토부는 구글이 요청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과 관련해 각계에서 다양한 주장이 쏟아져 나와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도 데이터 구축에 수백억 혈세 투입...ICT 신사업 효과 상쇄할까

구글은 세계적으로 한국만 유일하게 규제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구글의 길찾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증강현실(AR),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등의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상세 지도 데이터(1:1000, 1:5000)를 반출해 구글 서비스에 접목하면 경제적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 반출을 통해 발생하는 신사업과 기술, 서비스들이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축적한 데이터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GIS(지리정보체계,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데이터 구축에 매년 7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쓴다. 한국 기업들이 지도 데이터를 수정하고 데이터를 쌓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000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항공 사진을 10cm 단위로 찍고 있다"며 "매년 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지도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천억대가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과연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고 난 후 이와 접목된 서비스들로 이런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병욱 한경대학교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공간정보는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자 경쟁력이다"라며 "오히려 지도 반출은 드론, 자율주행차, IoT, 증강현실(AR) 등의 융복합 산업에서 구글에 종속을 불러와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이득은 구글 품으로

지도 사용에 대한 대가도 한국 정부에는 전혀 이득이 없다. 한국 정부는 현재 지도 데이터를 기업이나 개인이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를 각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에 맞도록 변경할 때만 변경에 따른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따른 심사료만 청구한다. 즉, 구글 측에 상세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고 나면, 구글은 심사료만 내고 수천억이 들인 지도 데이터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도 등의 관행에 관한 심사'에 따른 심사 비용은 축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무리 많아야 1억~2억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계범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영상과장은 "구글이 정밀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도 이용료는 없다"며 "다만 구글이 지도를 수정하게 되면 이에 따른 심사에 필요한 심사료만 내고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기업에 비용을 청구한다. 즉,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활용해 서비스를 하는 국내 기업들은 구글에 일정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다.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한국 지도 상세 데이터를 줄 때는 쉽게 줄 수 있지만, 나중에는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한다"며 "상세 지도 데이터는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에 대가 없이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세 지도 데이터가 한번 반출되면 유사 사례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도 데이터 공개는 10년전 1:20만부터 시작해 계속적으로 1:5만까지 단계적으로 오픈됐다"며 이러한 상세 지도가 한번 해외에 반출되기 시작하면 다양한 업체로부터 비슷한 반출 요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상세 지도 데이터는 구글의 세금 문제와 데이터센터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 구글은 국내 법상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다. 또 구글은 국내에 고정 사업지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가는지 전혀 파악이 안되고 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구글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만드는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며 "구글은 조세회피를 통해 축적한 비용을 R&D에 투자하면서 기술 격차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