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인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생산한 250만대의 갤럭시 노트 7을 전량 리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SDI의 배터리를 계속해 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9월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서 있다. / IT조선DB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9월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서 있다. / IT조선DB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배터리 결함을 인정한 만큼 원인을 제공한 삼성SDI 배터리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당장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공급량을 대체할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철완 박사(전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 기술총괄)는 "삼성SDI가 갤럭시 노트 7 배터리의 대략 60~70% 물량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삼성SDI 물량을 올해 내에 받아줄 믿을 만한 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SDI 자체 형번의 3.85V, 3500mAh 셀을 월 200만개 이상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제조사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9월 2일 갤럭시 노트 7 전량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재 수급과 제품 준비에 약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리콜 일정은 9월 19일부터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동안 배터리 수급에 총력을 다할 전망인데, 소형 배터리 시장 1위인 삼성SDI를 배제하면 2주 만에 원하는 수량의 배터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성홍 삼성SDI 상무는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삼성전자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사항이 있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부품 공급사로서 제조사가 발표한 내용 외에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배터리 공급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자체 검증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협력사 문제는 아니다. 개발할 땐 문제가 없었는데, 공정상에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현재 한국(천안), 중국(천진), 베트남(하노이), 말레이시아(세렘반) 공장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 중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를 생산한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계속 공급 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정 공장 배제에 따라 줄어드는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기존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와 중국 ATL 외에 추가 공급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고 사장은 기자회견 당시 "여러 배터리 공급사 중 실제 사용하는 곳은 두 군데로, 추가로 한 곳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박 박사는 "삼성전자의 주장 대로라면 삼성SDI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지름길이다"며 "당장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을 중단한다면 갤럭시 노트 7은 환불과 조기 단종 말고는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