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1년에 100편 남짓 영화를 관람하는 영화광이다.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관람 전 감독과 영화의 줄거리는 반드시 훑어본다. 실력 있는 감독과 매력적인 줄거리의 조합이 기자를 실망시킨 적은 거의 없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메멘토', '배트맨 트릴로지(배트맨 : 비긴즈·배트맨 : 다크 나이트·배트맨 : 다크 나이트 라이즈)'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그리고 '절멸 위기에 처한 인류를 위해 새로운 지구를 찾는 우주 비행사 이야기'라고 간략히 소개된 줄거리.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를 기대할 이유로 이 두가지면 충분했다. 조금씩 공개되던 예고 영상도 기자의 기대를 더했다. 그리고 개봉 당일 '인터스텔라'를 관람한 기자는 별 평점 5개 만점을 주고, 2014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생각해보면 '인터스텔라'는 꽤 상투적인 요소와 평범한 줄거리로 구성된 영화다. 인류를 지키려 죽음이 약속된 우주로 떠나는 비행사. 갑작스러운 이별이 빚는 가족간 갈등.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이 결국 인류를 지켜낸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물론 사랑이다. 어휴, 클리셰도 이런 클리셰가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진부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온갖 참신함으로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평범한 이야기는 호소력 있게 전개되며, 미지의 우주를 묘사한 화면은 그야말로 '상상을 현실로 가져다 놓은 듯' 웅장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어느 하나 함부로 소모되지 않으며 농밀한 구성은 러닝 타임 내 관람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 음악계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이 적절한 때마다 콧날을 간지럽힌다.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게다가, 이 작품은 관람객의 뒷머리를 뻐근하게 만드는 반전, 기어이 눈물을 쏟게 만드는 감동 코드까지 가진다. 몰입도, 긴장의 이완, 극의 전개와 화면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요소들이 시계 태엽처럼 정밀하게 맞물리면 이 정도 작품이 나온다. 극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동시에, 관객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먹먹한 희망에 부풀게 만드는 엔딩은 감히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이미지. / 네이버영화 제공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일부 과학 설정 오류, 앞서나간 상상력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람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요소를 배제하고 보면 될 일이다. 굳이 과학 이론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설정 오류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충분히 높은 덕분에 영화적 카타르시스는 충분하다.

기자는 이 영화를 대화면·특수 포맷 아이맥스관(실제로 '인터스텔라'는 상당 부분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작품이기에,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 시 화면 일부가 잘려 나온다. 독자에게도 가급적 아이맥스관 관람을 권한다)에서만 5번 관람했다. 첫 관람을 마친 후, 기자를 포함해 관람객 몇 명인가 일어나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 네이버영화 제공
2016년 3월 모 상영관에서 이 작품을 재개봉할 때, 기자는 아이맥스관 최고 명당인 정 가운데에서 관람을 즐기는 호사도 누렸다. 6번째 관람한 후였지만, 스탭 롤이 다 올라가고 제목이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감동을 받은, 200여명의 관람객들과 함께.

이 영화가 또 재개봉하면 보러 갈 예정이냐고? 물론이다. 아마 관람 횟수 열 번을 채운 이후에도 기자의 대답은 같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