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 삼키려는 AT&T...허가 여부는 '글쎄'

정미하 기자
입력 2016.10.24 13:16
"프리미엄 콘텐츠는 항상 옳다. TV, 큰 화면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프리미엄 콘텐츠는 필요하다."

미국 2위 통신기업 AT&T는 거대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원35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랜덜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인수합의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바일 위주로 변화할 미래에 필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AT&T는 유・무선 통신망 사업 분야에서 2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성TV 서비스 업체 '디렉TV'는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AT&T가 타임워너의 막강한 콘텐츠를 활용하면 미디어 사업자 1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본 것으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AT&T가 타임워너를 97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 AT&T 홈페이지 갈무리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통신 사업자가 미디어 사업으로 뛰어들었다"며 "AT&T의 목표는 사용자들에게 전통적인 TV 묶음 상품과 비슷한 온라인 상품을 판매해 유・무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로 탄생할 거대 통신・미디어 공룡 기업은 미국 무선통신 1위 업체 버라이즌과 미국 최대 케이블TV・초고속 인터넷 회사 컴캐스트가 가진 콘텐츠 경쟁력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컴캐스트는 2011년 TV・영화 제작사 NBC 유니버셜을 인수했다. 버라이즌은 2015년 온라인 서비스 및 콘텐츠 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인수했으며 야후와 인수합병 협상 중이다. AT&T의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AT&T와 타임워너 간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AT&T는 가입자에게 HBO의 콘텐츠나 NBA 농구 등을 제공할 수 있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와 뉴스 채널 CNN, 유료케이블 방송 TBS·HBO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는 저렴한 이동통신요금을 찾아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유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AT&T가 이동통신 데이터를 무한정 제공하면서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이용하 TV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타임워너가 AT&T 매출을 15% 이상 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WSJ에 따르면 AT&T는 타임워너 외에도 20억~500억달러(2조8000억~57조500억원) 규모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AT&T는 2014년 위성TV 서비스 업체 '디렉TV'를 485억달러(55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 시가총액 340조원 거대 통신・미디어 기업 탄생

AT&T가 타임워너와 맺은 인수 가격은 854억달러(약 97조원3560억원)이다. 타임워너 주당 107.5달러(12만2000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타임워너의 21일 종가(89.48달러)보다 20% 높게 책정된 것이다.

AT&T는 인수대금의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타임워너를 인수할 경우 타임워너의 부채까지 떠안게 돼 AT&T가 지급하는 금액은 총 1087억달러(124조원)로 증가한다.


타임워너가 소유하고 있는 HBO 제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 / HBO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에서 이뤄진 통신・미디어 인수합병 중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셜의 인수합병 이후 중 최대 규모다. AT&T의 시가총액은 2260억달러(257조8600억원),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720억달러(82조1500억원)로 추정된다. 연간매출은 AT&T가 1468억달러(167조5000억원), 타임워너는 281억달러(31조9000억원)이며 AT&T 직원은 총 28만명, 타임워너는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타임워너 투자자들은 인수합병 소식을 반기고 있다. 타임워너 주가는 인수합병이 마무리되기 전인 20일 14%나 뛰어올랐다. 2001년 이후 최고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AT&T는 2014년 21세기 폭스가 제시했던 것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시해 타임워너 투자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 머독 제의도 거절했던 타임워너, '모바일' 때문에 매각 결정

스티븐슨 AT&T CEO는 이번 인수합병을 위해 직접 나섰다. 스티븐슨 CEO는 8월 타임워너 CEO 제프 뷰케스의 뉴욕 사무실을 방문했다.

뷰케스 CEO는 인수협상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스티븐슨 CEO가 찾아와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이야기했다"며 "이론적으로 두 회사가 결합하는 것이 맞는데 합병에 대해 생각해보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타임워너의 매각 의사였다. 타임워너는 이전에도 인수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21세기 폭스는 800억달러(90조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AT&T와 합의한 금액 860억달러(98조원)보다 60억달러(8조원) 적었다. 당시 타임워너는 21세기 폭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타임워너는 또 2000년 1810억달러(205조6000억원)를 들여 AOL을 인수했다가 2009년에 각각 개별 기업으로 다시 분리한 경험이 있다.

타임워너가 AT&T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형태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뷰케스 CEO는 "지금 미디어 소비하는 형태는 2000년도와 달리 집중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동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AT&T가 운영하는 모바일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타임워너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전달함으로써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T&T 역시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콘텐츠 확보가 우선 과제였다.

인수 합병 절차가 끝날 때까지 뷰케스 CEO는 타임워너에서 자리를 지킨다. 인수합병이 끝나면 스티븐슨 AT&T CEO가 합병 법인을 지휘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 주자들은 미디어 산업이 한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트위터 갈무리
◆ 규제 당국 허가는 남은 '산', 정치권과 경쟁사업자는 견제 중

남은 과제는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 당국의 허가다. 외신들은 경쟁업체들의 반발, 정치권의 우려 등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 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유세에서 미디어 기업에 힘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부에서 승인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 역시 NBC에 출연해 "(이번 합병에 대해) 우려와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거대 미디어기업 탄생을 견제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최고홍보책임자(CCO)는 "타임워너와 AT&T의 인수합병이 정당한지에 대해 규제기관이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규제 당국의 반대로 이번 계약이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달러(570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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