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인기·촬영 장비 제조사 DJI가 10주년 기념 항공 사진집 'Above the world'를 발매했다. 이 사진집에는 전세계 항공 사진가·드론 파일럿들의 작품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의 항공 사진 두점이 수록됐다. 그는 항공 사진 촬영가인 동시에, 국내에 드론 저널리즘을 전파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박승근 교수는 2007년 낚시 부문 기자로 활동하며 RC(Remote Control) 헬기·DSLR 카메라 조합, 헬기 항공 촬영으로 경험을 쌓았다. 이어 그는 2013년, 미국 기자들이 드론으로 현장 취재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는다.

박 교수는 "당시 미국 기자들은 취재에 드론을 적극 활용했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매체 기자들이 드론을 사용해 현장을 실시간 보도했다. 해외에 드론 저널리즘이 자리 잡은 것을 보고 국내에 도입할 궁리를 했다"고 말한다. 그는 "지상에서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공중에서 찍은 항공 사진의 파괴력을 이길 수는 없다. 2013년 말 귀국하면서 패럿 드론으로 항공 촬영을 시도했다. 때마침 DJI 팬텀 시리즈가 보급되면서 드론 시장이 넓어졌다"고 언급했다.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 / 박승근 교수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 / 박승근 교수
박 교수는 2014년 비디오 촬영과 드론을 결합한 '드론 저널리즘' 논문을 국내 최초로 출고했다. 저널리즘 면에서 드론의 활용성과 해외 사례를 모은 논문이다. 이어 그는 2015년부터 드론과 미디어를 접목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박 교수는 현재 드론 콘텐츠 컨설팅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DJI 인스파이어를 주로 사용하는 그는 항공 촬영 입문용으로 'DJI 팬텀 3 시리즈'를 추천했다. "DJI 팬텀 4는 비행 기능 대부분이 전자화됐다. 데이터 활용 면에서는 DJI 팬텀 3 시리즈의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더 도움이 된다. 조종성, 기능과 가격 면에서도 DJI 팬텀 3 시리즈는 좋은 선택이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교수는 드론 콘텐츠를 만들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RC 헬기로 항공 촬영을 배우던 그는 짐벌(흔들림 보정 기구)을 장착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촬영·착륙 타이밍을 잘못 맞춰 수백만원대 RC 헬기를 여러 대 남해에 수장시키기도 했다.

영화 감독의 까다로운 요구, 험준한 날씨를 뚫고 최고의 드론 영상을 찍었다는 기쁨에 드론 착륙을 까맣게 잊어버린 에피소드도 이야기했다. 드론은 자신을 내려달라는 듯, 박 교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제자리 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드론을 무사히 착륙시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드론의 비행 안정성에 새삼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드론이 보급되면서 항공 사진 촬영자도 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들에게 '비행에 앞서 기체의 기계·공학 기능을 철저히 공부하라'고 주문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드론을 날리면 어떤 사진이든 찍을 수 있다. 드론을 높이, 멀리 날릴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는 이를 경계하며 "항공 사진은 장비 의존도가 높다. 기체 구조를 잘 익혀 기기 고장을 포함한 돌발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 비행 주의 사항 준수는 기본이다. 그는 "드론은 완구가 아니다. 우리나라 드론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느슨한 편이다. 그렇기에 비행 주의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드론 판매 단계에서 주의 사항을 꼭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가 촬영한 ‘감천문화마을’. DJI 10주년 사진집 수록작이기도 하다. / 박승근 교수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가 촬영한 ‘감천문화마을’. DJI 10주년 사진집 수록작이기도 하다. / 박승근 교수
아울러 박 교수는 자신만의 항공 촬영 팁을 공개했다. 항공 촬영 시에는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평균 노출보다 0.7EV 가량 밝게 촬영하면 어두운 부분의 묘사력을 높일 수 있다. 그는 '사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고, 한 장에 하나의 이야기만 담으라'고 주문했다. 항공 사진은 일반 사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진다. 박 교수는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려는 부문에 집중하고 시선을 확장하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사진을 '미학적 깨달음과 예술적 판단의 결과물'이라고 표현한다. 항공 사진은 인간의 시야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와 시점을 보여준다. 박 교수는 "항공 촬영은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다. 내가 이 세계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얼마나 세계가 넓은지 깨닫고 인정하게 해 준다. 항공 사진 촬영자만이 알 수 있는 이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항공 사진 촬영 강의중인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 / 박승근 교수
항공 사진 촬영 강의중인 박승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 / 박승근 교수
박 교수는 항공 촬영이 사진 업계 변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느 기술이든 도입 시에는 거부감이 있다. 소형·고성능 항공 촬영 드론이 보편화 시대를 이끌었다. 소형·고성능 드론은 사진가에게 하나의 문법이 될 것이다. 이어 항공 사진이 업계에 범람하게 되면 육상 사진의 가치가 재조명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항공 사진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처럼 항공 사진은 업계에 순환 구조를 낳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업계에서 드론이 제한적으로 사용되리라 예측했다. 미디어는 사회의 흐름에 철학과 해석을 더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드론 항공 촬영 콘텐츠는 독창적이지만, 안전이나 비행 시간 등 한계가 있는 까닭에 미디어 고유의 의도를 담기 어렵다. 드론 항공 촬영이 미디어 콘텐츠를 늘릴 수는 있겠으나, 형식을 바꾸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드론 항공 촬영이 야기할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 보안, 추락 사고 등 드론 문제는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드론 제조사와 미디어가 앞장서 안전 캠페인을 펴기 바란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자세,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면 드론 항공 촬영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