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벌써 시속 90km야."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순식간에 자유로 규정 속도인 시속 90km에 도달했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빨랐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머리가 뒤로 젖혀질 만큼 짧은 시간에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1일 오전 서울 방화동에서 경기 파주 헤이리를 왕복하는 약 100km 구간에서 G80 스포츠의 주행성능과 상품성을 점검했다.
G80 스포츠는 기존 G80을 기반으로 역동성을 가미한 파생 모델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과거 현대차 파생 모델들처럼 라디에이터 그릴, 알로이 휠 등 몇 가지 디자인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내·외관 곳곳에 세심한 디자인 요소를 더해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앞모습이다. 기존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그물 모양의 그릴을 적용했으며,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를 키워 공격적인 인상을 풍긴다. 크롬으로 디테일을 살린 LED 헤드램프와 LED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켜지는 시퀀셜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기존 4스포크 대신 크기를 줄인 3스포크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손에 잘 감긴다. 스티어링 휠 뒤쪽 패들 시프트는 길이를 늘여 조작이 더 편리해졌다. 허리 부분을 키운 스포츠 시트는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G80 스포츠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강력한 성능을 지닌 가솔린 람다 V6 3.3리터 트윈 터보 직분사(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기존 G80 가솔린 3.8리터 GDi 모델보다 출력은 17.5%, 토크는 28.4% 높아진 수치다. 배기량을 줄였지만, 터보차저 시스템을 통해 힘은 더 세졌다. 특히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가 1300rpm부터 발휘돼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G80 스포츠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노우 모두 네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컴포트 모드보다 최대 40% 높은 힘이 뿜어져 나온다. 변속 응답성과 서스펜션의 댐퍼 감쇠력도 최대 55%까지 높아진다.
성능이 향상된 만큼 차량의 조향 안정성과 주행성능을 좌우하는 서스펜션도 단단해졌다. 스프링 강성을 최대 15% 높이고 댐퍼의 감쇠력도 향상됐다. 덕분에 코너에서 차체를 흔들림 없이 잘 잡아주는 느낌이다.
G80 스포츠의 복합연비는 상시 사륜구동 모델 기준 8.0km/L다. 이날 시승 시 일상적인 주행을 한 50km 구간에서 8.0km/L, 과격한 주행을 한 50km 구간에서 6.3km/L를 기록했다. 시승 구간 대부분이 정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다.
G80 스포츠는 디자인과 성능에서 역동성을 강조했지만, 기존 G80의 장점인 편안한 승차감과 첨단 안전사양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나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보행자 인식 기능이 추가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등 기존 G80의 다양한 안전사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G80 스포츠는 디자인과 성능 등 여러 면에서 잘 만들어진 스포츠 세단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 수입차를 제쳐놓고 꼭 G80 스포츠를 사야 하는 이유를 찾긴 어려웠다. G80 스포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일은 제네시스의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