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상과학'이라 부르는 'SF(Science Fiction)' 영화・만화・애니메이션이 그린 미래세계는 어둠고 침침하며 절망적인 경우가 많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를 맡아 지금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공각기동대' 역시 뇌의 일부를 컴퓨터로 대체하고 온 몸을 사이보그로 재현할 수 있는 등 그야말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시대를 맞이했으나, 세상은 범죄가 만연하고 지구 환경도 결코 좋다 말할 수 없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공각기동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조지 밀러 감독작 '매드맥스(MAD MAX)'는 세계가 핵전쟁으로 멸망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식량을 남겨진 인류가 힘으로 뺏고 빼앗는 그야말로 암울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속 세상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 영화 화면 캡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속 세상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 영화 화면 캡처
크리스토퍼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경우 먹을 식량은 물론 환경마저 황폐해져가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인류가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SF 영화・애니메이션은 암울한 미래만 그리고 있진 않다. 혼돈의 이야기 속에서도 인류가 제법 살기 좋은 몇 안되는 터전이 존재하며, 대중들에게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 올림포스 (애플시드 시리즈 속 도시 국가)

만화・애니메이션 '애플시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거대 도시 국가 '올림포스'는 인구 정책 등 철저한 관리 아래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올림포스에는 인간과 거의 사람에 가깝지만 분노 등의 감정이 억제된 신인류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전신이 메카닉으로 구성된 사이보그가 공존하고 있는 세상이다. 올림포스가 탄생시킨 바이오로이드는 인간들의 분쟁을 해소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깥 세상보다 인간이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만화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시로 마사무네() 원작 만화 '애플시드'는 1985년 만화책으로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였으며 1988년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으로 영상 콘텐츠화 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플시드 영상 작품은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2004년작 영화 '애플시드'와 2007년작 '엑스마키나'다. 이 두 작품은 영상 전체가 컴퓨터그래픽(CG)로 만들어져 당시 주목 받았다. 애플시드 애니메이션 최신 작품은 2011년 TV 방영된 '애플시드 XIII'이다.

애플시드 도시 국가 ‘올림포스’ 일부. / 야후재팬 캡처
애플시드 도시 국가 ‘올림포스’ 일부. / 야후재팬 캡처
 
2007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일러스트. / 야후재팬 캡처
2007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일러스트. / 야후재팬 캡처

◆ 매트로폴리스 (만화가 '테츠카 오사무'가 그린 미래 도시)

최초의 SF 영화 작품으로 꼽히는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는 '철완 아톰'의 세계관 속 도시인 '메트로폴리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톰 원작자 '테츠카 오사무'가 그린 거대 도시 국가 '메트로폴리스'는 지상은 부르조아들의 낙원이자 지하는 노동자들의 지옥이라는 세계관은 같지만, 아톰에서는 로봇에 의해 관리되는 생활 환경 덕에 인간이 제법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장면이 여러 번 묘사된다.

일본에서 '만화신'으로 칭송 받는 테츠카 오사무는 1949년 만화 '메트로폴리스', 1951년부터 시작된 만화・애니메이션 '아톰대사'와 '철완 아톰' 시리즈 속의 배경 도시로 메트로폴리스를 묘사했다. 테츠카 오사무작 '메트로폴리스'는 극장판 '은하철도999'등을 만든 린타로우 감독의 손에 의해 2001년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되어 미국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 911 테러와 시기가 겹치면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테츠카 오사무작 ‘메트로폴리스’. / 아마존재팬 캡처
테츠카 오사무작 ‘메트로폴리스’. / 아마존재팬 캡처
◆ 캄차카 해상도시 ('빛과 물의 다프네' 속 해상 도시 국가)

2004년작 SF애니메이션 '빛과 물의 다프네(光と水のダフネ)' 속 인류는 지구온난화 등 기상변화로 대부분의 육지가 바다에 가라앉자 수중도시를 만들어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한다. 이후 지구환경이 개선되어 다시 물 위로 올라가 살 수 있다 판단한 인류는 도시를 물 위로 띄워올려 8개의 거대한 해상 도시를 건설한다.

여주인공 '미즈키 마이아'가 생활하는 해상도시 '캄챠카'는 한정된 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동산을 국가(도시)가 관리하며, 풍력, 조력등 자연의 힘을 빌어 에너지를 얻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또, 현실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지폐 없는 세상이 실현되어 있으며, 실시간 통역기로 언어 장벽이 사라졌다.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만큼 육상, 해상을 가리지 않는 공중부양 탈것이 존재하며, 바닷 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작은 산소 발생기도 일반화 되어 있다.

일본 J.C.STAFF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빛과 물의 다프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괴멸된 도시 '엘피다' 유일한 생존자 '마이아'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모험과 100년전 엘피다 괴멸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마이아를 없애려는 조직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빛과 물의 다프네’ 일러스트. / 야후재팬 캡처
’빛과 물의 다프네’ 일러스트. / 야후재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