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정보통신(IT)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장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카는 도로를 주행하는 다른 차량은 물론 교통과 통신 인프라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사고를 예방해준다. 실시간 교통정보, 원격 차량 제어와 관리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능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커넥티드카 기술이 자율주행이나 전기차의 자동 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30조원 수준인 세계 커넥티드카 시장은 2020년 14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삼성전자가 80억달러(약 9조4400억원)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하고, SK텔레콤이 BMW그룹과 함께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과 BMW그룹코리아가 선보인 커넥티드카 T5. / BMW그룹코리아 제공
SK텔레콤과 BMW그룹코리아가 선보인 커넥티드카 T5. / BMW그룹코리아 제공
◆ 삼성의 하만 인수…커넥티드카 시너지 기대감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1위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하면서 양사는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하만이 지닌 강점 중 하나로 '커넥티드카 클라우드, 텔레매틱스, OTA(무선통신 SW 업그레이드)' 부문의 기술력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5세대(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소비자가전(CE),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서 쌓은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한 노하우에 하만의 오디오·전장 사업 노하우를 결합하면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지만 아직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 전장 기술인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영역에서는 현재 생산하는 제품이 거의 없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부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은 자동차, 그중에서도 스마트카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미 배터리 시장은 스마트폰보다 차량이 커졌고, 프로세서도 10년 내 자동차 쪽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 / 조선일보 DB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 / 조선일보 DB
◆ SKT-BMW, 5G 활용한 커넥티드카 기술 선보여

SK텔레콤과 BMW그룹코리아는 지난 15일 5G 무선통신 커넥티드카 기술 연구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이번 협력을 통해 SK텔레콤과 BMW그룹코리아는 BMW 드라이빙센터에 28GHz 주파수 대역의 5G 파일럿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BMW 뉴 X5와 7시리즈 차량에 5G 단말기를 장착해 다양한 5G 커넥티드카 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양사의 5G 커넥티드카 연구는 2020년 상용화를 앞둔 5G 무선통신 기술을 미리 차량에 적용함으로써 실제 자동차 주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시도다.

5G 무선통신은 네트워크의 속도가 기존보다 최대 200배 빠르며 지연 시간이 적어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는 미래 커넥티드카 연구에 필수 요소다. 5G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간 통신으로 운전자가 주행 중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위험한 교통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커넥티드카 T5는 5G 통신망을 바탕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인 V2X 기술과 영상 인식 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물론 신호등·도로·CCTV 등 차량 주변 사물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다채널 IoT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ccOS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ccOS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기아차, 2020년 자체 OS 탑재한 커넥티드카 출시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의 핵심 플랫폼 기술인 차량용 운영체제(OS)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차종 간 호환성 확보 등을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쳐 2020년경 자체 OS를 탑재한 지능형 콘셉트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31일 커넥티드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로 명명된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카 OS는 안정적인 자동차 커넥티비티 환경을 구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공,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ccOS는 PC 윈도우즈나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iOS처럼 커넥티드카의 고성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조작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리눅스 기반의 제니비(GENIVI) 등 오픈 소스를 활용, 커넥티드카 서비스 구현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올해 6월 남양연구소 차량IT개발센터 내 ccOS 개발을 전담하는 인포테인먼트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신설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커넥티트카 기술 선도를 위해 지난 8일 중국 구이저우성에 글로벌 첫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현대차 중국 빅데이터센터는 중국 내 차량 정보와 각종 소셜 데이터를 모아 자산화하고, 이를 활용해 중국 소비자 맞춤형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빅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지역에 빅데이터센터를 확대해 향후 커넥티드카 성패를 결정짓게 될 정보 분석과 활용 능력에서 앞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