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9일 기업구조를 개편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과 이사회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달 보낸 제안서 내용의 상당부분을 수용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발표대로 대외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해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한 모양새다. 하지만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대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발표안은 주주환원정책, 현금수준 65조~70조원 규모 유지, 글로벌 기업 출신의 사외이사 1명 이상 추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 지주회사 전환 속 뜻은…이재용 체제 전환 힘 싣기

대외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절실한 삼성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권고를 따르는 모양새를 택했다. 자체적으로 회사 분할을 진행하기에는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검찰수사 확대 등 주변 환경이 걸림돌이 작지 않은 것도 외부의 제안을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분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됐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다. 삼성전자 최대 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삼성물산이 4.18%, 이건희 삼성 회장이 3.55%, 삼성화재가 1.30%,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76%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은 단순하게는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은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수순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삼성물산으로 출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삼성전자를 분할 한 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을 교환한다. 이후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한 뒤 지주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이 부회장 지분율 17.08%)간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4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보유 지분율도 30%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를 추진하기엔 시기나 대외적인 명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달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식 서한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면서 명분을 얻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투자회사인 삼성전자가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엘리엇의 제안은 삼성전자 측에 좋은 기회로 평가됐을 것이다"며 "0.62%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의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엘리엇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주로서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하게 되며 삼성전자는 비용부담 없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삼성물산과 합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엘리엇 제안 4가지 중 3개 수용

삼성전자는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달 제안한 4가지 중 3가지를 수용했다. 엣리엇은 지난달 10쪽 분량의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의 현금 배당, 잉여현금 흐름의 75% 환원, 삼성전자의 나스닥 상장,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이 중 주주환원 정책과 현금수준, 이사회 등을 수용했다.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2016년 배당규모를 지난해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설정했다. 2017년 1분기부터 분기별로 배당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또 글로벌 기업 CEO 출신의 사외이사 1명 이상을 추천받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현재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이사회의 결정사항과 제안들을 감독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회사란 자신의 산하에 있는 자회사들의 주식을 가지고 지휘, 감독하는 회사다. 기업활동을 하기보다는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에 가깝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외부 전문가들을 상대로 여러 자문을 받은 결과,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하려면 보유한 현금을 비롯해 모든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며 "관련법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혁신, 품질 향상, 고객 만족,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신중한 리스크 관리와 자산 활용에 중점을 둬,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략적인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단기적 분기 실적 보다는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제안한 나스닥 상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나스닥 상장의 의미가 마케팅 적인 효과 이외에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나스닥 상장이 얼마나 새로운 재원을 갖고 올지, 장기적 리밸류에이션(재평가)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나스닥 상장 가능성은 열어뒀다. 권 부회장은 "나스닥 상장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사업회사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검토가 마무리 되면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