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보다 나은 게임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입출력장치와 주변기기를 게임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바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니터도 그 중 하나다.

게임용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에 비해 빠른 응답속도(response time)로 잔상이 적으며, 높은 화면 재생률(refresh rate, 주사율)로 더욱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영상을 제공한다. 추가 부가기능도 대부분 게임에 관련된 기능이다. 하드웨어 스펙과 기능부터 일반 모니터에 비해 우위에 있어 가격도 좀 더 비싼 편이다.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도 하드웨어 스펙은 비슷하지만 유독 가격이 비싼 제품들이 있다. 엔비디아의 '지싱크(G-Sync)'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다.

다양한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도 엔비디아 지싱크 지원 모니터의 가격은 더욱 비싸다. / 엔비디아 제공
다양한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도 엔비디아 지싱크 지원 모니터의 가격은 더욱 비싸다. / 엔비디아 제공
◆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훨씬 비싼 '지싱크' 모니터

PC로 FPS(일인칭 슈팅)나 스포츠, 레이싱, 액션 등 빠른 화면 이동이 잦은 게임을 즐기다 보면 게임 화면이 좌우로 어긋나거나(테어링, tearing) 순간적으로 화면 일부가 깨지는 등의 증상이 종종 발생한다.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게이머나 프로급 게이머들에게는 꽤 신경쓰이는 문제다.

지싱크 기술은 그래픽카드의 영상 출력 타이밍과 모니터의 화면 표시 타이밍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테어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 핵심이다.

비슷한 기능으로 엔비디아의 경쟁사 AMD가 선보인 '프리싱크(FreeSync)' 기능이 있다. 하지만 동급 스펙의 게이밍 모니터라 하더라도 지싱크 모니터는 프리싱크 모니터에 비해 수십만원 이상 더 비싸다.

예를 들어 에이수스(ASUS)의 게이밍 모니터 'MG279Q'와 'PG279Q' 2개 모델은 27인치(68.6cm)의 화면 크기와 2560x1440(WQHD)의 해상도, 1ms(100분의 1초)의 화면 응답 속도, IPS 계열의 광시야각 패널을 채택하는 등 동급의 하드웨어 스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프리싱크 기능을 채택한 'MG279Q' 모델은 11월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79만원대이지만 지싱크 기능을 채택한 'PG279Q' 모델은 115만원대로 35만원의 차이가 난다. 다른 브랜드 모니터까지 포함하면 이러한 가격 차이는 수십만원 가까이 벌어지기도 한다.

같은 제조사에 하드웨어 스펙도 거의 비슷하지만 지싱크를 지원하는 ‘에이수스 PG279Q’(왼쪽)는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에이수스 MG279Q’(오른쪽)에 비해 30만원 이상 비싸다. / 에이수스 제공
같은 제조사에 하드웨어 스펙도 거의 비슷하지만 지싱크를 지원하는 ‘에이수스 PG279Q’(왼쪽)는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에이수스 MG279Q’(오른쪽)에 비해 30만원 이상 비싸다. / 에이수스 제공
지싱크 모니터가 비싼 이유는 지싱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컨트롤러 보드)를 엔비디아에서 별도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모니터 제조사들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전용 하드웨어는 개당 199달러(약 23만원) 선으로 지싱크 모니터의 가격을 크게 올리는 주 원인이다. 엔비디아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지싱크 모니터 라이선스 인증을 따로 받다 보니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이러한 부담은 게이밍 모니터 제조사들이 지싱크 모니터를 만들지 않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싱크 기술은 2013년 정식으로 발표됐지만 2016년 현재 지싱크 지원 모니터를 만드는 제조사는 에이수스와 벤큐 등 소수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선두기업인 삼성과 LG의 최신 게이밍 모니터는 전부 프리싱크만 지원한다. 지싱크 지원 모니터는 한 대도 없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프리싱크 기능을 적용한 신형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한 바 있다"며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지싱크 지원 모니터를) 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이나 LG등 대기업도 지싱크 모니터를 선뜻 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모니터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도 지싱크 기능의 우수함은 알지만 전용 하드웨어와 라이선스 인증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며 "비용 뿐 아니라 엔비디아가 인증 과정에서 이런저런 간섭이 많은 것도 삼성과 LG에서 지싱크 모니터를 선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마니아들의 인기로 인해 포기하기는 어려워

AMD의 프리싱크 기술은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같지만 VESA(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의 공개 기술 '어댑티브 싱크(Adaptive Sync)'에 기반하기 때문에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이 필요없다. 또한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추가 하드웨어로 인한 비용 상승 요소도 거의 없다.

2016년에 들어서면서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니터 브랜드가 프리싱크(또는 어댑티브 싱크)를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서는 브랜드 제품의 절반 수준인 30만원대의 가격에 프리싱크 기능을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를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미 제품 숫자만 보면 프리싱크 모니터의 수는 지싱크 모니터를 앞지른지 오래다.

삼성과 LG가 선보인 게이밍 모니터는 모두 프리싱크 기술만 지원한다. / 삼성, LG 각사 제공
삼성과 LG가 선보인 게이밍 모니터는 모두 프리싱크 기술만 지원한다. / 삼성, LG 각사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제조사들이 비싼 지싱크 모니터를 꾸준히 출시하는 이유는 발표 당시만 해도 대안이 없던 독점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게이밍 PC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돈을 아끼지 않는 고급 '게임 마니아'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비싼 지싱크 모니터를 지속해서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선점효과 덕분에 지싱크 지원 모니터의 시장 점유율은 프리싱크 모니터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화질 개선 품질도 하드웨어에 기반한 지싱크가 프리싱크에 비해 좀 더 안정적이며 사용자들의 평가도 훨씬 좋은 편이다.

최근 알파스캔이 출시한 지싱크 지원 게이밍 모니터는 99만원대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존 120만~130만원대의 지싱크 모니터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유로 쇼핑몰 등록 1시간여만에 초도물량 30대가 매진되고 후속 물량도 금새 동이났다. 이는 지싱크 모니터에 대한 마니아들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꾸준한 수요와 인기가 있어 기존의 비싼 지싱크 모니터를 포기하는 것은 모니터 업계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프리싱크 기술의 대두로 인해 값비싼 지싱크 모니터가 얼마나 생명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지만 모니터 제조사에게는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