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끝을 못 보고 죽었다."

최근 일본의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이 말은 독자가 죽기 전에 작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할만큼 일부 인기 만화 작품의 연재가 수십년 수준으로 길어진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장기연재만화는 독자들의 '계속 보고 싶다'는 욕구와 출판사의 '돈이 되니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합쳐져 탄생된다. 가까운 예를 든다면 세계적인 히트작 '드래곤볼'이 있다. 드래곤볼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는 현지 잡지 인터뷰에서 본래 '프리저'편까지만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시리즈는 계속 이어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초(超)'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장기연재만화 양산소(공장)는 일본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를 꼽는다. 원피스, 드래곤볼, 나루토 등이 모두 슈에이샤를 거처 장기연재만화 작품으로 탄생됐다. 최근 연재가 끝나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던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こちら葛飾区亀有公園前派出所)'는 슈에이샤에서 무려 40년간 연재했다.

해외에는 오랜 기간 동안 독자와 호흡한 만화 작품이 아주 많다. 그 중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인기를 끈 일본의 장기연재만화를 연재 연차순으로 정리해 봤다.

◆ 유리가면 (1975년~/ 41년째 연재중)

'유리가면(ガラスの仮面)'은 조사된 만화 작품 중 가장 연재기간이 길다. 197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1년째 연재되고 있으며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만화 작품이기도 하다.

만화가 미우치 스즈에(美内すずえ/ 65세)작 '유리가면'은 평범한 13세 소녀 마야가 숨어있던 연극 재능을 꽃 피워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단행본 권수로 49권까지 출판됐다. 만화 '유리가면'은 2014년 9월 기준으로 일본에서만 5000만부 이상의 누적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만화 ‘유리가면’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유리가면’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유리가면’은 단행본 기준 49권까지 출판됐다.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유리가면’은 단행본 기준 49권까지 출판됐다. / 아마존재팬 캡처

◆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1976년~2016년/ 40년간 연재)

한국판 제목으로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의 본제목인 '여기는 카츠시카구 카메아리공원앞 파출소(こちら葛飾区亀有公園前派出所)'는 9월 17일 단행본 권수 기준 '200권'으로 연재가 마감된 장수 작품이다. 이 만화는 40년간의 연재 속에 '최다 단행본수 만화'로 기네스북에도 올랐으며, 단행본 판매부수는 2016년 기준 1억5650만부에 달한다.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는 정의감이 넘치지만 제멋대로 살아가는 경찰관 '료츠 칸키치(両津勘吉)'를 주인공으로 삼아 여러가지 사회 현상과 문제를 꼬집는 작품 내용과 서민의 대변자로서의 역할로 일본 대중들에게 오랜기간 사랑 받았다. 만화 장르는 '개그'이며 시트콤 드라마 같은 구성을 띠고 있다. 매 이야기 엔딩 부분에 주인공 료츠가 사고친 내역의 견적이 나오는 등 폭넓은 연령층에게 웃음을 안겨 줬다.

만화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200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200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시마 과장 시리즈 (1983년~/ 33년째 연재중)

국내에서 '시마 과장'으로 유명한 만화 작품 '과장 시마 코우사쿠'는 1983년부터 연재가 시작돼 아직도 시리즈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장수 만화다. 주인공 시마의 조직과 사회적 성장을 그린 이 만화는 과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사장, 회장까지 시마의 성장을 담았으며, 2014년부터는 학생 시절의 시마의 이야기를 담은 '학생 시마 코우사쿠'가 연재되고 있다.

만화는 1980년대 일본경제 저성장시대부터 버블을 거쳐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경제 정체기 전야까지의 사회를 다루고 있다. 시마가 승진해 가는 기업은 '파나소닉(마쯔시타전기산업)'을 모델로 삼았다. 만화 시마 시리즈는 일본에서만 누적판매부수 기준 4000만부 이상 판매된 인기작이다.

만화 ‘시마 과장’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시마 과장’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쿵후보이 친미 시리즈 (1983년~/ 33년째 연재중)

국내에서 '쿵후보이 친미'란 이름으로 친숙한 액션 만화 '철권 친미(鉄拳チンミ)' 시리즈는 리얼한 액션 장면이 일품이다. 필살기를 제외한 전투 장면은 실제 무술에 기반해 만들어져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 사실감을 전달하기 충분하다.

만화 '철권 친미'는 1983년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수 작품이다. 원점에 해당하는 만화는 1983년부터 1997년까지 단행본 35권 분량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 '외전', '레전드' 등의 이름을 더 붙여 만화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만화 ‘철권 친미’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철권 친미’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파이브스타스토리 (1986년~/ 30년째 연재중)

SF 만화 '파이브스타스토리(The Five Star Stories)'는 '모터헤드'라 불리는 거대 로봇과 이를 제어하는 여성형 사이보그 '파티마'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화가 '나가노 마모루(永野護)'는 이 작품을 사이엔스 픽션이 아닌 설화(おとぎ話)에 가까운 '사이엔스 판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브스타스토리'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연재가 진행되고 있으나, 연재를 쉬거나 부정기적으로 만화를 연재하는 등 팬들을 지치게 했다. 또 세계관 등의 설정이 바뀌고 리부트 되는 등 마니아들이 외면할만한 사건이 많았다.

팬들이 기억하는 '파이브스타스토리'는 극장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아마테라스(레디오스 소프)'와 파티마 '라키시스'의 사랑(?) 이야기다.

만화 ‘파이브스타스토리’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파이브스타스토리’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죠죠의 기묘한 모험 (1987년~/ 29년째 연재중)

액션 어드벤처 성향의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ジョジョの奇妙な冒険)'은 말 그대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대중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인간찬가(人間讃歌)'란 테마를 가진 이 만화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죠죠'란 애칭을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1장 '팬텀블러드'부터 8장 '죠죠리온'까지 시대 배경과 캐릭터가 다르다.

만화는 일본 만화지만 마치 미국 만화를 보는 듯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며, 6부 최종보스 엔리코 푸치의 죽음으로 재탄생한 세계를 뜻하는 '일순 후의 세계(一巡後の世界)' 등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29년의 연재기간 동안 117권의 단행본이 출간됐으며, 2014년 기준 일본에서만 9500만부가 판매됐다.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디지털 버전 팬텀블러드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디지털 버전 팬텀블러드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바스타드!! 암흑의 파괴신 (1988년~/ 28년째 연재중)

1988년 만화가 소개된 이래 현재 28년째 연재되고 있는 작품 '바스타드!! 암흑의 파괴신(BASTARD!! 暗黒の破壊神)'은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공 '다크 슈나이더'가 세계의 운명을 거머쥐고 천사와 악마들과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화는 본래 마법사 능력을 갖춘 '다크 슈나이더'가 대신관(大神官)의 딸인 '티아 노트 요코'와 함께 모험을 펼치는 검과 마법을 다룬 '히로익 판타지(Heroic fantasy)'성향의 작품이었으나, 지금은 천사와 악마와 대적해 싸우는 묵시록(黙示録)에 기초한 배틀 판타지 작품으로 바뀌었다. 만화 '바스타드'는 단행본 기준 27권 분량이 출간됐다.

만화 ‘바스타드!! 암흑의 파괴신’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바스타드!! 암흑의 파괴신’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베르세르크 (1989년~/ 27년째 연재중)

'다크 판타지' 장르 인기 장편 만화 '베르세르크(Berserk)'는 일본 출판사 하쿠센샤(白泉社)의 만화잡지 '영애니멀'에서 1989년부터 지금까지 27년째 연재되고 있다. 만화 주인공은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검사 '가츠'이며, 만화는 한 때 친구였으나 고드핸드의 일원이 된 '그리피스'에게 복수하기 위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세밀한 그림체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2002년 테츠카오사무문화상 만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4년 기준 단행본 누적 판매수는 일본 국내에서만도 24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만화 ‘베르세르크’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베르세르크’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더 화이팅 (1989년~/ 27년째 연재중)

국내 제목 '더 화이팅'의 본래 제목이 '시작의 일보(はじめの一歩)'인 이 권투 만화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연재되고 있다. 만화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가게를 꾸려가던 주인공 소년 '일보'가 왕따 체질을 극복하고 강해지기 위해 복싱을 시작하게 되고, 권투 선수가 된 이후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판사 코단샤(講談社)의 만화잡지 '주간소년 매거진'에서 1989년부터 연재된 이 작품은 단행본 수로 115권이나 출판됐으며, 2013년 기준 일본에서만 9400만부 판매된 인기 만화다.

만화 ‘더 화이팅’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더 화이팅’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도라에몽 (1969년~1996년/ 27년간 연재)

일본 국민캐릭터 '도라에몽'이 등장하는 만화 '도라에몽'은 1969년부터 1996년까지 27년간 1345편의 이야기와 45권 분량의 단행본이 나온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 작품 중 하나다. '도라에몽'을 탄생시킨 만화가 후지코F후지오(후지모토 히로시)는 62세 일기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도라에몽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을만큼 창작욕구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 '도라에몽'은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연재됐다. 유치원생이 보는 요이꼬 만화잡지부터 청년 독자층을 거느린 소년 선데이까지 모두 13개의 만화 잡지에 독자 연령층에 맞춰 각각 다른 내용으로 꾸며졌다.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라에몽 만화책은 과거 연재된 내용을 선별해 단행본으로 구성한 것이다.

타깃 연령에 맞춰 만들어진 스토리는 순환구조로 소비된다. 즉 어린세대가 자라서 어른들을 위한 도라에몽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한 팬 층을 형성하게 되며, 아이들이 봐도 어른들이 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근간을 만든다.

도라에몽은 올해로 탄생 47주년을 맞이했다. 도라에몽의 인기는 여전하며, 아직도 TV에서는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다.

만화 ‘도라에몽’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도라에몽’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오! 나의여신님 (1988년~2014년/ 26년간 연재)

인간 '모리사토 케이이치'와 여신 '베르단디'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만화 '오! 나의 여신님(ああっ女神さまっ)'은 1988년 대중들에게 첫 공개된 작품으로 2014년 총 308화, 단행본 수 48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으로도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일상 속에 '여신'이라는 비일상적인 캐릭터를 접목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러브코미디 작품 '오! 나의 여신님'은 2009년 코단샤만화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에서만 2000만부 이상 판매된 인기작이다.

원작자 '후지시마 코우스케(藤島康介)'는 지난 7월, 자신 보다 32살 연하에 인기 미녀 코스튬플레이어로 꼽히는 '오토기 네코무(御伽 ねこむ, 본명 오쿠야마 미쯔키)'와 결혼했다. 오토기 네코무는 결혼 전 오! 나의여신님 만화에 등장하는 여신 캐릭터 '페이오스' 코스프레를 선보인 바 있다.

만화 ‘오! 나의여신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48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오! 나의여신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48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 이 밖에 20년 이상 연재된 만화 작품들

한정된 분량 안에서 장기연재만화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20년 이상 연재되거나 아직도 연재중인 작품은 '소년탐정 김전일(1992년~/ 24년째 연재중)', '크레용 신짱(1990년~2010년/ 20년간 연재)', '명탐정 코난(1996년~/ 20년째 연재중)' 등이 존재했다.

이 밖에 인기작 '원피스'는 199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올해로 19년째 만화를 그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며, 장기 연재작 중 하나인 '헌터X헌터'는 올해로 18년째 연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20주년 기념 시리즈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20주년 기념 시리즈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