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7 이상발화 사건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했던 게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최근 우연찮게 IT업계 지인에게서 갤럭시 노트 7 한 대를 입수했다. 연기 나고 불나고 하는 것만 보다가 멀쩡한 제품을 손에 올려두고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분해를 하던 불을 붙이던 갖고 놀아 보라고 필자에게 '투척'한 것을 운좋게(?) 받아 갤럭시 노트 7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필자 손에 갤럭시 노트 7이 들어오자 마자 갤럭시 노트 7 이상발화 원인 규명 관련 보도도 복수의 매체에 다시 보도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발화 재현에 성공했다는 급진적인 보도도 있었으나, 복수의 정보 라인 의견을 취합한 바로는 지금 상황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설사 '유도된 계획발화'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제어된 환경 하에서의 이상발화'는 향후 원인 규명을 위해 중요한 시편을 확보했음을 뜻하기 때문에,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어느 보도는 설레발일 수 있지만, 적어도 반환점은 돌았다고 볼 수 있다. 보수적으로 평하자면,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갤럭시 노트 7에 이상발화 문제 발생을 확인한 단계에 드디어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몇 주 전에, 설계된 조건 하에서의 유도된 계획발화가 재현성 있게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진즉에 발표했을 희소식이었을게다. 그리고 의외로 단순한 문제였다면 수백만 대의 갤럭시 노트 7을 폐기하기 보다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리퍼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을거니 말이다. 필자가 상기의 정보를 입수한지도 좀 지났으니, 그 사이에 좀더 진전됐기를 바라지만 원인 규명 및 발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선판 최초 발화 이후, 몇몇 국내외 인증 전문 기관이 수 시간 만에 내놓은 '외부 충격' 의견에 관해 몇몇 지상파, 지면 매체 기자님들께 추가 사진 자료와 함께 검증 의뢰를 받았다. 그 결과, '외부 충격'일 때 반드시 같이 나와야 하는 파손 흔적이 없음 등을 분석해주며 '외부 충격일 가능성은 아주 낮다'라 의견을 주었으나 당시 분위기 때문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이었고 결국 외부충격이 아님이 드러났었다.

사실, 배터리 제조, 인증, 고장 분석은 서로 교집합이 그리 크지 않은 사실상 별개 분야이기 때문에 비전문가의 섣부른 오판이 불러온 참사(?)였다 봐도 무방하다. 건강검진 전문의에게 외과 수술을 맡긴 것과도 같은 이치인게다.

그러므로, 인증 전문 기관에게 고장분석을 맡긴다 해도 원인이 규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00년대 후반의 훨씬 쉬운 안전 사고들도 유사 절차를 거쳐 원인불명으로 종료된 전례가 있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하는 말이, 외려 삼성전자가 단독 규명하여 해답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이미 파괴된 배터리나 스마트폰에서 발화 지점을 찾을 단계를 지나, 유도된 계획발화로 이상발화를 재현하여 발화 메커니즘을 규명한 후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입장에서는 기왕에 입수한 갤럭시 노트7인지라, 필자가 생각하는 가혹 조건 하에서의 테스트를 부담없이 차근차근 해보려 한다. 통신사 심카드 개통 없이 쓰는 중이라 제한된 상황임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시작은 60% 충전 제한이 없는 펌웨어로 업데이트를 제한한 상황에서 충전도 100%까지 쓸 수 있도록 풀어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워밍업부터 해볼까 한다.

테스트 시작한 갤럭시 노트 7 / 촬영: 아이폰 6S Plus
테스트 시작한 갤럭시 노트 7 / 촬영: 아이폰 6S Plus
가장 먼저 체크해보려 하는 것은, 예를 들어 AOD 기능이다. 그 다음은 불연속적이며 간헐적인 벤딩(몸에 붙는 바지의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어 활동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과 배터리 적재 공간 격벽과의 간섭 문제이다. 이 부분을 테스트하려는 이유는 이 두 가지가 과거에 심각하게 고려됐던 배터리 발화 사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공히 배터리 팩에 고문 수준의 파괴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여담으로 할 말은, 갤럭시 노트7을 받아 우리집 아이에게 보여주니 냉큼 펜을 뽑아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아직 많이 어린 아이지만, 갤럭시 노트7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아빠가 옆에 있는 동안에 자기 장난감 처럼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삼성전자가 만든 '역대급 스마트폰'에 발생한 이상발화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란 소회가 든다. 모쪼록, 2016년이 가기 전에 원인이 밝혀져 갤럭시 노트 7이 재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갤럭시 노트7으로 그린 그림 1 / 촬영: 갤럭시 노트 7
갤럭시 노트7으로 그린 그림 1 / 촬영: 갤럭시 노트 7
 
 갤럭시 노트 7으로 그린 무지개와 ‘사랑해요. 아빠’ / 갤럭시 노트 7
갤럭시 노트 7으로 그린 무지개와 ‘사랑해요. 아빠’ / 갤럭시 노트 7

 맑은 초겨울 하늘 / 촬영:갤럭시 노트 7
맑은 초겨울 하늘 / 촬영:갤럭시 노트 7
*이번 칼럼은, 갤럭시 노트 7 사진을 제외하고는 갤럭시 노트7의 구글독스로 100% 작성되었다.

*혹여, 필자가 사용 중에 이상발화가 일어나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 보상은 삼성전자에 전혀 청구할 일이 없음을 미리 밝힌다.

IT조선 객원기자 박철완 공학박사는 서울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고, 산업자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총괄간사(부단장급)로 책임 운영, 드렉셀대학교 초빙조교수,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 네거티브 대응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자문역을 지냈습니다. 저서로는 '그린카 콘서트'가 있으며 '에너지 소나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