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 입자연구소(CERN) 등이 참가한 국제연구팀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암흑물질(Dark matter)'의 증거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과학계는 우주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줄 암흑물질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가 암흑물질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노벨상 수상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줄 열쇠로 과학계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 미항공우주국 제공
암흑물질은 우주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줄 열쇠로 과학계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 미항공우주국 제공
암흑물질은 전우주 질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의 물질이다. 아무런 빛을 내지도 않고, 빛을 반사시키지도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전파나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으로도 관측되지 않아 암흑물질로 불린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이론상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정의할 수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처음 제기한 스위스의 천체물리과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1933년 은하단을 이루고 있는 은하들의 운동을 관측하다가 기존 이론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다. 은하계를 구성하는 각 은하는 은하 중심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공전하고 있다. 중력은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은하의 공전 속도는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가까운 은하일수록 빠르고, 먼 은하일수록 느려야 한다.

하지만 츠비키는 실제 관측된 은하들의 공전 속도가 이론상 계산값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력 법칙대로라면 정상적인 공전 속도를 벗어난 은하는 정상 궤도를 벗어나 은하계에서 이탈해야 한다. 하지만 은하계는 각각의 은하끼리의 중력을 바탕으로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은하계 중심과 각 은하 사이의 거리가 정해진 상태에서 중력이 커지기 위해서는 관측된 질량 외에 추가 질량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중력 법칙이 틀리지 않았다면 은하계 내에는 실제하는 은하 외에 관측되지 않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존재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츠비키는 암흑물질이라고 명명했다.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으로도 검증됐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빛이 질량이 큰 물체 곁을 지나갈 때 휘어진다는 것을 예측했고, 이는 실제로 중력 렌즈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실험으로 중력 렌즈 현상을 확인한 과학자들은 빛이 휘어지는 정도를 고려하면 은하계 내에 관측값보다 더 많은 질량이 분포돼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 역시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면 실마리가 풀린다.

세계 각국의 국제연구팀이 암흑물질 검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암흑물질 규명에 뛰어들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소립자인 '힉스 입자'도 50년간 가설로만 존재해왔으나, 2013년 비로소 증명되면서 이를 예견한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설치해 운용 중인 암흑물질 검출기의 모습.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이 설치해 운용 중인 암흑물질 검출기의 모습.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과학계는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4%도 채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나머지 96%의 우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우주'인 셈이다. 암흑물질의 규명은 우주의 기원과 탄생의 비밀을 풀어내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