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폰4 흰색 출시를 연기한 이후 애플이 제품 출시를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7과 함께 공개한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Airpod)' 출시가 연기되면서 판매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 성수기마저 놓칠 위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우리의 미래"라고 할 만큼 공을 들인 에어팟은 애플이 "무선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내놓은 제품이라 공개 당시 관심을 받았지만 출시 시점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애플의 무선이어폰 ‘이어팟' 출시 시점이 불투명하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의 무선이어폰 ‘이어팟' 출시 시점이 불투명하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각) 애플이 당초 10월 말에 판매하기로 한 에어팟 출시가 한 달 넘게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10월 26일 에어팟 출시를 연기한다고 한 차례 공식 발표했다. 당시 애플은 "우리는 완벽한 준비가 되기 전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에어팟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없다.

애플은 무선 이어폰 에어팟과 함께 공개한 아이폰7 시리즈의 헤드폰 잭을 없앴다. 때문에 아이폰7 시리즈 이용자들은 에어팟 대신 다른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충전 역시 별도의 어탭터를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 분석가는 "아이폰7 시리즈 사용자들은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하는 동시에 충전을 할 수 없다"며 "애플은 아이폰7 시리즈 이용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성수기를 놓친 것은 애플에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에어팟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것은 기술적인 결함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부분의 무선 헤드폰은 하나의 이어폰이 블루투스를 이용해 신호를 수신한 다음 반대편 이어폰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애플은 에어팟 양쪽의 이어폰이 애플 기기로부터 독립적인 신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애플은 소리 왜곡을 피하기 위해 좌우의 이어폰이 동시에 오디오를 수신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에어팟 연구와 관련된 익명의 소식통은 "한쪽 에어팟을 잃어버렸거나 한쪽 에어팟의 배터리만 없을 경우 에어팟이 작동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에어팟이 실내와 실외에서 유사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영국의 블루투스 전문가인 닉 훈(Nick Hunn)은 "무선 이어폰은 블루투스 신호가 잘 잡히는 실내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신호가 물체에서 반사되지 않는 옥외에서는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에어팟 출시 연기는 무선 이어폰 경쟁사업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 사업자 브라기(Bragi)는 올해 2월부터 10만대 이상의 무선 이어폰을 출하했다. 특히 에어팟 발표 이후 출하량이 증가했다. 또다른 무선 이어폰 사업자 이어인(Earin)의 9월~11월 사이 판매량은 직전 3개월보다 두 배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