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캐시카우였던 D램의 시대가 저물고,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가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도 D램보다는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시장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 삼성전자 제공
◆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률·투자액 모두 D램 추월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 실시간 처리 데이터 증가, IT 기기의 고성능화, 사물인터넷(IoT) 환경 고도화 등 ICT 산업의 발달로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5년 823억기가바이트(GB) 규모를 형성한 낸드플래시 시장은 연평균 44%의 성장률로 2020년 5084억GB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시장도 여전히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성장세는 낸드플래시만 못하다. D램 시장은 2015년 570억기가비트(Gb)에서 2020년 1750억Gb로 연평균 25.2% 성장이 예고된다.

반도체 업계는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 공정과 회로를 3차원으로 쌓아올리는 3D 낸드플래시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이미 낸드플래시가 D램을 넘어섰다. 올해 글로벌 낸드플래시 투자액은 130억달러(14조8000억원)로 D램 투자액 118억달러(13조4500억원)를 앞섰다.2017년에도 낸드플래시와 D램 투자액은 각각 142억달러(16조2000억원)와 116억7500만달러(13조32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선두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34.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도시바는 20.4%의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고, 웨스턴디지털은 15.0%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10.7%의 점유율로 11.4%를 차지한 마이크론의 4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선 3D V낸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앞선 3D V낸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 증설 박차…中·日도 주도권 쟁탈전 가속

삼성전자는 내년 초 반도체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평택 반도체 공장은 당초 내년 2분기부터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일정을 3개월 가량 앞당겼다. 평택 반도체 공장에 투자된 금액도 역대 최대인 1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곳에서는 현재 전세계에서 회로를 가장 많이 쌓아올린 삼성전자의 차세대 64단 V낸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3D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08년 준공한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과 이천 공장 M14 2층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해왔으나, 중장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추가적으로 청주 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4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목표다.

일본과 중국도 낸드플래시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도시바는 3600억엔(3조6600억원)을 들여 일본 요카이치 소재의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반도체 회사 XMC는 미국의 스팬션과 손잡고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당장은 한국과 일본이 앞서지만,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가세로 낸드플래시 시장 쟁탈전이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통상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은 몇 년 후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며 "3D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과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노력 외에도 향후 컨트롤러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제휴를 맺는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