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한국 자동차 시장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경기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판매 부양에 나섰다. 정부는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줬고, 업계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동참해 할인 판매에 나섰다. 이변도 연출됐다. 국산차 시장에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 쌍용차가 색다른 신차를 앞세워 현대·기아차의 독주를 막아섰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디젤게이트 여파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이 주춤한 사이 메르세데스-벤츠가 BMW를 앞지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IT조선은 자동차 판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2016년을 뒤돌아보고 2017년 시장을 전망한다. <편집자 주>

디젤 게이트 영향으로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수입차 연간 신규등록 대수가 감소한 것은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7년 만이다. 다만 대다수 모델의 판매가 정지된 폴크스바겐, 아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디젤 게이트로 대다수 모델의 판매가 정지된 폴크스바겐 홈페이지. / 폴크스바겐코리아 제공
디젤 게이트로 대다수 모델의 판매가 정지된 폴크스바겐 홈페이지. / 폴크스바겐코리아 제공
◆디젤 게이트 폴크스바겐, 전년比 60% 판매 급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든 20만5162대로 집계됐다. 수입차 판매가 2015년 신규등록 대수인 24만3900대를 넘어서려면 12월 한 달간 3만8000여대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 추세로 볼 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수입차 시장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왔던 디젤차가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인증 취소에 따른 일부 모델 판매 중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경기 부진과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각각 1만3178대, 1만64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2%, 44.4% 급감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정부로부터 인증 취소와 판매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하반기부터 대다수 주력 모델의 판매가 정지됐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차 업체들의 누적 판매 대수는 같은 기간 12.0% 증가한 17만5502대를 기록했다.

올해 벤츠 판매를 주도한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올해 벤츠 판매를 주도한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벤츠 고속질주, 법인 설립 이후 첫 1위 등극

올해 메르세데스-벤츠는 BMW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를 전망이다. 벤츠의 판매 1위는 2003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벤츠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증가한 5만718대를 판매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 5만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 규모가 6.5%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업계는 벤츠의 성장 요인으로 신차 효과를 꼽는다. 벤츠는 올해 7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E클래스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신형 E클래스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1만9774대가 팔려 차종별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BMW는 올해 주춤한 실적을 기록했다. BMW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4만2625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BMW는 내년 주력 모델인 신형 5시리즈를 투입해 올해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수입차협회는 2017년 수입차 시장 판매 전망치는 2016년 예상 대수인 22만8000대보다 약 4% 성장한 23만8000대로 내다봤다. 협회는 "2017년 수입차 시장은 2016년 판매 중단으로 축소됐던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판매 회복과 함께 다양한 신차가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한 증가 폭은 2015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2017년 수입차 시장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날 것으로 보이이지만 제반 여건상 큰 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각 업체가 수입차 시장의 재도약을 위한 내실과 기반 다지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