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17년 상반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프로젝트명 OS)'를 내놓는다. 경기침체로 내수 시장이 위축됐지만 홀로 성장세를 기록 중인 소형 SU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소형 SUV 신차 OS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2200억원을 투입해 내년 1월부터 울산1공장에 생산라인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번 공사로 울산1공장은 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체계를 갖추게 된다.

소형 SUV 시장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24.6%를 차지했던 SUV 판매 비중이 내년에는 25.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소형 SUV의 비중은 12.3%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신흥 시장에 판매 중인 소형 SUV 크레타.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신흥 시장에 판매 중인 소형 SUV 크레타. / 현대자동차 제공
◆ 소형 SUV 경쟁서 홀로 뒤처진 현대차

지난 수년간 현대차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소형 SUV의 국내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간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서 준중형 SUV 투싼, 중형 SUV 싼타페, 대형 SUV 맥스크루즈로 구성된 SU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소형 SUV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투싼 등과 고객층이 겹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소형 SUV 신차 출시를 미뤄왔다.

한국 시장에서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차 QM3, 한국GM 트랙스에 이어 기아차 니로까지 소형 SUV들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이 시장에 내놓을 모델이 없는 현대차는 자연스레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실제 소형 SUV 판매 1위 티볼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5만1322대가 팔려 투싼(5만1232대) 판매량을 앞질렀다.

새롭게 출시될 현대차의 소형 SUV OS는 기존에 현대차가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 판매하던 크레타(중국명 ix25)를 기반으로 내·외관 디자인을 손보고, 파워트레인을 개선하는 등 상품성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신흥 시장에 판매 중인 소형 SUV 크레타.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신흥 시장에 판매 중인 소형 SUV 크레타. / 현대자동차 제공
◆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판매 확대해야

현대차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소형부터 대형 차급까지 승용 모델에 치중한 모델 라인업 전략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SUV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형 SUV 신차 OS가 출시되면 기존 투싼은 물론 현대차가 우려했던 소형·준중형 승용 모델 엑센트, 아반떼와 판매간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판매간섭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 전체의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지우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국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닌 현대차가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모든 차급에서 판매를 주도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차량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내놓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