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4차산업혁명, 인구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적으로 사회 발전의 지표 중에 하나는 인구의 증가였다. 인구는 노동력을 의미했고, 노동력은 생산력이었으며, 생산력의 합은 국력을 상징하였다. 지금도 우리는 국력을 평가할 때 GDP(국내 총생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는 국력의 저하로 받아들여진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쟁이나 기근, 질병 등의 외부적 요인이 아닌 인구 감소는 대부분이 저출산이 원인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인류의 전쟁 관리를 위한 노력과 보건 의료의 발달로 인구 감소의 외부적 요인은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저출산은 특히 선진국들의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은 출산율은 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4년 OECD 합계출산율 평균이 1.68명이었으나, 우리나라는 2015년 1.24명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 속에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상징되는 4차산업혁명은 자동화에 의한 노동력 수요의 감소 즉, 일자리의 감소와 실업의 증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에 의한 노동력 공급의 감소에 정반대되는 노동력 수요의 감소라는 새로운 흐름이 저출산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저출산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노동력 수요의 감소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기술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생산과 소비 인구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적정 인구라는 측면에서 사회와 기술의 부조화라는 인구 문제를 살펴보고, 저출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사회 발전의 지표인 인구의 증가

인류가 수렵채집에서 농업으로 식량 생산 방식을 바꾸면서 1만년 전 300만명 수준이던 인구는 증감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농업은 전적으로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이었으며, 인구 즉 노동력의 수는 생산의 증가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였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위해 노력해왔다. 농기구의 발달과 함께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2000여년 전 2억~3억 수준의 인구는 1500년에 5억명으로 증가하다가 산업혁명을 전후한 1800년대에 9억명을 기점으로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백년 만인 1900년에는 거의 두배인 16억명을 돌파하고, 다시 백년 후인 2000년에는 4배에 달하는 60억명, 이후 15년 만에 14억이 증가하여 2015년 74억명에 달하는 등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산력의 증가는 인구 증가를 이끌었지만, 질병과 기근은 끊임없이 인구 증가를 가로막는 자연의 힘이었다. 8세기에는 전염병으로 유럽의 인구가 50% 감소하기도 하였고, 1350년부터 유행한 흑사병은 세계 인구를 1340년 4억5000만에서 1400년 3억5000만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의 발달을 추동하면서, 특히 의학과 농업의 발달로 사망률의 저하,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지면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 산업혁명에 의한 인구 증가 패턴의 변화: 맬서스의 트랩에서 벗어나다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의 인구 증가는 소득의 상승을 동반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농업사회는 인구 증가가 소득 상승을 상쇄시키는 맬서스의 트랩(Malthusian trap)이 작동하는 사회였다. 즉 기술발달로 임금/식량생산/위생여건이 증가 → 인구 증가 → 인구가 생산능력을 초월, 위생악화, 질병, 전쟁 등으로 인구 감소 → 인구 감소로 다시 임금/식량/위생 증가 → 인구 증가가 반복되면서 인구 증가는 서서히 진행되었다. 이와 같이 인구가 생산능력을 초월하여 생활 여건이 악화되고 이는 위생의 악화로 질병이나 기근으로 인구 감소를 가져오는 맬서스 트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비약적 증가가 필요하였다.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발명한 인류는 육체적 노동의 한계를 뛰어넘어 24시간 움직일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면서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대하게 된다. 또한 산업혁명에 의한 농업의 기계화, 화학비료 등으로 농업 생산성(식량)이 비약적으로 증대하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1인당 생산성과 소득도 증대하게 된다. 1800년대의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2000년 넘게 소득의 증감은 크지 않았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200년 사이에 12배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인구의 증가를 뛰어넘는 생산성과 소득이 증가하면서 맬서스 트랩을 벗어난 산업사회로 이양된다.

이와 같은 소득의 급속한 증가는 평균 수명의 상승으로 이어져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소득 상승으로 위생과 보건, 의료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질병에 의한 사망이 줄고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 특히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의 발명은 저렴한 비용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데 혁명적인 기여를 하였다. 출산율은 유지되는 상태에서 사망률은 줄어들면서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석기시대의 평균 수명은 20세에 불과하였으며, 청동기와 철기시대에도 26세가 넘지 않았으며, 1900년대에도 31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50년에는 평균 수명이 48세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세계 평균 68세에 달하게 된다. 1만년 동안 평균 수명이 1.5배인 10년 정도 늘어나던 추세가 100년 사이에 2배가 넘는 37년이 늘어난 것이다. 즉 백년 사이에 지구상의 인구가 2배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등장한 것이다.

◆ 사회 발전과 인구 패턴의 괴리: 개도국 인구 폭증

20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과 같이 전파된 근대적 의료, 보건 기술과 개발도상국들의 산업화와 맞물려 아시아 지역의 인구 급증의 원인이 되었다. 당시 제국주의에 의해 전파된 근대적 의료, 보건 기술은 노동력의 확보, 보전을 위한 조치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에도 기여하였다. 이후 20세기 중반 산업화를 시작한 아시아 지역은 또 한번 인구 급증을 맞이한다. 먼저 산업화를 시작한 유럽이 200여년에 걸쳐 달성한 성과를 아시아 지역에서 수십년 만에 달성하게 되면서 인구 구조의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서구 사회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서서히 경제 구조가 전환되면서 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소득 상승은 출산율의 감소로 이어져 인구 증가를 억제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노동 수요의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농업사회는 출산을 통해 얻는 노동력 증대로 인한 이득(저학력, 저숙련, 이른 노동시장 진입)이 노동력 유지를 위한 비용(양육, 교육, 직업훈련 등)을 초과하기 때문에 다출산은 생산력 증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출산을 통한 노동력 증대에 따른 이득보다 노동력 유지를 위한 비용(고학력, 고숙련, 늦은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면서 저출산이 이익이 되는 사회로 바뀌게 된다.

물론 이런 저출산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과 사회활동의 증가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이 출생률의 저하는 사망률의 저하와 비견될 만한 수준이 되어 사망률, 출생률이 다 같이 낮아지고, 따라서 인구의 자연 증가율도 낮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인구학자 W. 톰슨은 인구증가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누었다. 1)사망률과 출생률이 인위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자연 상태대로의 단계, 2)사망률, 출산율의 감퇴가 시작되고 사망률의 급격한 저하현상이 나타나는 단계, 3)사망률, 출생률이 다 같이 낮은 단계의 세 가지로 나누었다. 서구의 산업사회는 3단계로 진입하면서 적정 노동력, 적정 인구로 수렴될 수 있었다.

그러나 뒤 늦게 산업화를 시작한 아시아와 뒤 이은 아프리카 지역은 농업시대의 다출산 인구관행이 유지되면서 산업화로 인한 소득 증대와 의료와 보건 위생 환경의 개선으로 평균 수명 또한 늘어나면서 인구가 급증하게 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W. 톰슨이 말한 인구 증가의 2단계(사망률, 출산율의 감퇴가 시작되고 사망률의 급격한 저하현상이 나타나는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엔의 인구 예측에 의하면 2060년대에 세계 인구는 100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50년을 기점으로 아시아의 인구증가는 정체되지만, 아프리카의 인구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가 현재 10억명에서 2100년 최소 35억명에서 최대 51억명으로 급증할 전망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인구증가의 가속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생산양식에 부합하지 않는 인구구조의 부조화 문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농업사회의 높은 출산율이라는 사회관행이 지속되면서 급속한 산업화는 낮은 사망률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이어져 자연적인 적정인구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인구가 팽창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인구 급증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별 세계 인구 추세와 전망. / Patrick Gerland 사이트 캡처 (http://phys.org/news/2014-09-world-population-century-billion.html)
지역별 세계 인구 추세와 전망. / Patrick Gerland 사이트 캡처 (http://phys.org/news/2014-09-world-population-century-billion.html)
이명호는 연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 MBA, 기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삼성SDS 미국지사(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 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충남도립청양대학 산학협력교수 등 기업, 공공, 학계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하였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사)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를 거쳐 (재)여시재 선임연구위원으로 디지털사회, 과학기술, 미래산업, 미래도시, 벤처, IT 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래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