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갤노트7)의 발화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업계에 갤노트7의 발화원인에 대한 내부 설계·배터리 셀·소프트웨어 오류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23일 갤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화로 인해 손상된 갤럭시노트7. / IT조선
발화로 인해 손상된 갤럭시노트7. / IT조선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직접 나서 갤노트7의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자체 조사와 외부 기관의 조사 결과 내용이 함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발화원인 발표와 함께 향후 재발 방지책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갤노트7 단종을 결정하고 발화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미국 안전인증 기관인 UL 등 외부 기관에도 조사를 의뢰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조사를 맡겨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는 삼성전자의 원인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내부 구조 설계와 소프트웨어 문제가 거론되는가하면 배터리 셀 자체의 결함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이들 문제가 결합해 만든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 다시 거론된 배터리 셀 문제...이번엔 진짜야?

배터리 셀은 지난해 9월 갤노트7 리콜 때 이미 거론됐다가 사실상 철회된 문제인데도 다시 배터리 발화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의 배터리 설계를 대폭 변경했지만 공정 검증 프로세스를 기존과 똑같이 운영해 사고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발화 원인으로 배터리 셀 문제를 거론할 경우 기술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배터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다시금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또 다시 배터리를 이유로 발표하면 소비자들의 대삼성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갤노트7의 리콜을 발표하면서 배터리를 원인으로 지목했고, 삼성SDI의 배터리를 전량 중국 ATL 배터리로 교체했다. 하지만 리콜 제품에서 잇따라 발화가 발생했다.

좁은 공간에 용량만 무리하게 늘린 배터리를 넣은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갤노트7에는 홍채 인식과 같은 배터리 소모량이 많은 기능을 탑재했다. 각종 앱들이 구동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방수 기능 강화 처리가 기기 내부에서 발생한 열 배출을 막아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제어해 줘야 하는데, 전원을 차단해 주는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IT조선이 지난 10월 갤노트7 발화사고가 발생한 직후 꾸준히 배터리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해 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관련기사 : [갤노트7 생산중단] 갤럭시노트7 화재 원인 '배터리' 아니다… 교환폰 화재 발생은 당연한 '수순'일 수도)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발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칫 삼성전자의 설계능력이나 SW 기술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계나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는 발표가 이뤄질 경우 차기작인 갤럭시S8의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갤럭시S8은 갤노트7에 비해 크기는 작고 기능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소비자는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 명확한 원인 제시 못하면 신뢰도에 더 큰 문제 발생할 수도

최악의 상황은 업계 전문가들이 발화원인으로 언급한 내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자체 결함을 가장 큰 이유로 거론한 뒤 빽빽한 내부 구조로 인해 발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결과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삼성전자가 23일 발표하게 되면 소비자는 삼성전자가 명확한 발화원인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신뢰도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완 박사(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는 "삼성전자가 23일 직접 발표하는 내용을 봐야할 것 같다"며 "확실한 것은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출시를 앞두고 갤노트7의 발화원인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만큼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