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성공하지 못한 한국 해치백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18일 열린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며 소형 해치백 '클리오(CLIO)' 도입을 공식화했다.

박동훈 사장은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 재임 당시 한국에 '골프'를 들여와 수입 해치백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르노삼성차가 클리오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클리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외관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외관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 클리오, 해치백 무덤 한국서 성공할 수 있을까?

클리오의 국내 도입을 두고 르노삼성차는 수년 전부터 고민을 거듭해 왔다. 업계는 르노삼성차의 클리오 도입설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클리오는 최종적으로 지난해 신차 계획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올해 르노삼성차가 클리오 도입을 확정하면서 비인기 차급인 한국 해치백 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 가격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상 그동안 한국 자동차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렸다. 업계 1위 현대·기아차조차 해치백 시장에 내놓는 신차마다 줄줄이 쓴맛을 봤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해치백 모델 i30의 경우 지난해 10월 상품성을 대폭 개선한 3세대 신형 모델을 선보였음에도 월평균 200여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2012년 1만5398대가 팔렸던 i30는 2014년 6660대로 줄더니 2016년에는 2441대까지 추락하며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품성을 강화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형 세단 등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차체가 작은 해치백 시장이 잔뜩 위축된 결과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18일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클리오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정치연 기자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18일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클리오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정치연 기자
하지만 박동훈 사장은 현대·기아차와 다른 판매 전략을 통해 해치백 시장을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현대·기아차가 한국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지녔지만, 모든 영역(차급)에서 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출시 당시를 빼면 i30의 광고를 본 적이 없다. 클리오는 지속적이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해치백이 통하지 않는다는 우려는 잘못된 생각이다"며 "지난 수년간 수입차 시장을 보면 해치백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외관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외관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 르노 클리오 상품성은?…"국내 생산은 어려워"

르노삼성차가 선보일 클리오는 1990년 처음 출시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르노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해치백 형태에 디젤 모델 기준 리터당 30km에 달하는 높은 연비 효율을 발휘하는 실용적인 차량으로 평가된다.

클리오의 차체 크기는 전장 4063mm, 전폭 1732mm, 전고 1448mm에 휠베이스(축간거리) 2589mm로, 유럽 B세그먼트인 소형차에 해당한다. 유럽 현지에서 1.2리터 터보 가솔린, 1.5리터 디젤 등 세 가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판매된다. 변속기는 수동 5단, 자동 6단을 탑재했다.

외관은 르노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한 감각적인 디자인과 젊은 감각의 개성있는 색상이 눈길을 끈다. 실내는 통합 터치스크린 멀티미디어를 적용했으며 크루즈컨트롤과 힐스타트 어시스트, 스톱&스타트 시스템, 액티브 에어셔터 등의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탑재했다.

안정성도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인 유로 NCAP에서 최고점인 별 5개를 받았을 만큼 인정받았다.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실내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 실내 모습. / 르노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차는 클리오를 기존 QM3처럼 유럽 현지에서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은 효율과 수익성 등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박동훈 사장은 "현재 SM6, QM6 등의 인기로 지난해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최대치에 이르렀다"며 "클리오의 경우 국내 생산보다는 르노의 프랑스, 터키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