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세운 구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조치 비판 대열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구글의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30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서 열린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구소련과 인도 출신의 이민자들로 시위에는 구글 임직원 2000명이 모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에릿 슈미트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들에게 '사악한 행동(evil things)'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글의 사훈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에 빗대 트럼프 행정부를 질타한 것이다.
슈미트 회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트럼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개최한 간담회 '테크서밋(Tech Summit)'에 래리 페이지 공동 창업자와 함께 참석했다. 이로부터 약 한 달뒤인 1월 12일에도 트럼프 타워를 방문했다. 당시 언론들은 슈미트 회장이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만나 테크서밋의 후속 조치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T매체 더버지는 "구글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새로운 공화당 지도부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초 5만달러(5765만원)를 들여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행사를 열었다. 2016년 한 해동안 알파벳이 정부 로비활동에 쓴 자금은 1500만달러(172억9500만원)에 달한다.
◆ 아마존 "법적으로 대응" 반발 등 실리콘밸리 들썩
아마존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 조치에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행정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전 세계 직원들을 아마존이 지원할 것"이라며 "법적인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의 공공정책팀은 트럼프 행정부에 반이민 행정 조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민이 없었다면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백악관에 해당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버지가 시리아 출신 이민자다.
인도 태생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민자 출신 CEO인 저는 이민이 회사와 국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지만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 백악관 고문 일론 머스크, 중재자 자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상황이 악화되자 실리콘밸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머스크 CEO는 미국 대선 기간동안 트럼프와 날을 세웠지만 현재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 조언 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반이민 행정 조치가 "미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백악관 자문단의 일원으로서 정책 변경을 권고하겠다"며 "반이민 행정 조치에 대해 의견을 보내달라"고 올렸다.
WSJ는 "비판과 건설적인 참여를 조화시키려는 머스크 CEO의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실리콘밸리 기업의 반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 반발을 사고 있는 반이민 행정 명령은 난민·방미 학자·미국 영주권 보유자에 상관없이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90일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시리아 난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