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 인구를 비롯해 장애인 등은 최신 기술이 제공하는 편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IDC는 지난해 말 개최한 '2017년 한국 IT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인간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이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만족과 경험 확장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며, IT 전략의 중심에는 IT가 아닌 소비자, 즉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허무는 현실적인 서비스 토대 마련

IT 기술의 발전으로 고가의 보조기구에 의지하지 않고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을 직접 방문하기 힘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 기업은행 제공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을 직접 방문하기 힘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 기업은행 제공
은행 점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 개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장애인만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주위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한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문화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도서, 일간지 등에 수록된 문자를 음성 형태로 제공하는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앱을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나의 AAC' 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AAC는 보완(Augmentative), 대체(Alternative), 소통(Communication)의 준말로 언어장애를 위한 보완·대체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이 앱은 발달장애, 파킨슨병 등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다양한 상징을 이용해 주변인들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스마트 기술 활용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고령 환자를 위한 '스마트미러'

부산시와 SK텔레콤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스마트미러'도 스마트 기술 활용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고령 환자를 위한 기술로 주목 받는다. 스마트미러는 '글로벌 스마트시티 실증단지 조성사업'의 6개 도시유망서비스 중 하나로 개발이 추진됐다.

스마트미러는 IT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의 요양병원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사물인터넷(IoT) 기반 소셜 케어 서비스다. 스마트미러에 내장된 센서와 연동되는 각종 건강 관리 장비에서 수집된 환자의 건강 정보를 보호자의 모바일 기기로 전송하고, 보호자의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미러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 건강 관리, 환자-보호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 이글루시큐리티 제공
스마트미러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 건강 관리, 환자-보호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 이글루시큐리티 제공
스마트미러는 ▲환자들이 착용하는 건강관리 장비 ▲보호자용 모바일 앱 ▲환자 건강 정보를 이력화하는 관리자용 웹 시스템 ▲병원에 거치하는 스마트미러 4개 요소로 구성됐다.

각각의 요소가 서로 다른 플랫폼에 기반을 둔 만큼 이(異)기종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연동된 시스템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위·변조되지 않도록 안전한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다.

스마트미러 서비스의 개발과 구축을 총괄하고, 서비스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역할은 통합보안 전문 기업 이글루시큐리티가 맡았다.

이글루시큐리티는 미래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비롯한 다양한 유관기관, 기업과의 협업으로 스마트미러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모바일·웹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시스템 전반적인 설계와 사업 관리를 수행했다. 또 IoT 표준 규격인 '원M2M(oneM2M)' 플랫폼의 보안성을 높인 '시큐어드 IoT 플랫폼'을 개발해 실증 서비스에 적용했다.

박종성 이글루시큐리티 부장은 "스마트미러 서비스는 고령 입원 환자들에게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스마트 기술의 편익을 제대로 누리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나아가 축적한 의료 정보를 분석해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 선제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