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2017 정유년 첫 달인 1월 수입차 시장에서 역대 최대 월간 판매량을 경신하며 독주를 이어갔다. 벤츠의 수입차 시장 과점현상이 심화되면서 차량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7년 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한 1만6674대로 집계됐다. 1월 수입차 시장은 벤츠가 이끌었다. 벤츠는 1월 한 달간 6848대를 판매해 수입차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벤츠의 1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40%를 넘어섰다.

◆ 벤츠, 3개월 만에 역대 최대 월간 판매 경신

앞서 벤츠는 지난해 5만6343대를 판매해 2003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수입차 1위에 올랐다.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5%로 지난해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가 벤츠였다.

벤츠는 지난해 10월 6400대를 판매해 수입차 역대 최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어 11월 5724대, 12월 5627대를 판매했고, 올해 1월 6848대로 3개월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벤츠의 1월 역대 최대 월간 판매 실적은 국내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의 1월 판매량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쌍용차는 1월 내수 시장에서 벤츠보다 167대 많은 7015대를 팔았다.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의 자리도 벤츠가 휩쓸었다. 1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1위 벤츠 E 220d(1263대), 2위 벤츠 E 200(1048대), 3위 벤츠 E 300(780대), 4위 벤츠 E300 4매틱(626대), 5위 C200(528대) 순으로 집계됐다. 1~5위까지 모두 벤츠가 독식했다.

수입차 판매 2위 BMW와 격차도 4000대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BMW는 1월 2414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벤츠에 4433대 뒤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BMW는 이달 말 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 E클래스 대항마인 신형 뉴 5시리즈를 출시해 수입차 1위 탈환에 나설 계획이다.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출시된 E클래스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었다. 벤츠의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E클래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강화된 첨단 안전사양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BMW와 아우디 등 경쟁 업체들의 부진도 벤츠의 판매 증가에 일조했다. BMW는 E클래스의 경쟁 모델인 5시리즈가 모델 노후화로 지난해부터 판매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E클래스의 또다른 경쟁자인 아우디 A6는 폴크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영향으로 현재 판매가 정지된 상황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E클래스를 소개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E클래스를 소개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 벤츠, 이달부터 최대 250만원 가격 인상 단행

한국 수입차 시장에도 과점현상이 빚어지면서 차량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벤츠의 한국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달부터 차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달 1일부터 전 차종의 가격을 평균 0.8%(0.4~1.2%)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벤츠 차량의 가격은 최저 7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까지 인상됐다.

벤츠코리아 한 관계자는 "차량 가격 인상에는 물류비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인상분 반영됐다"며 "제품 사양 업그레이드 등의 요인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한국 시장에서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해마다 차량 가격을 인상했던 것처럼 수입차 시장에도 특정 업체의 과점 현상이 굳어질 경우 다양한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수입차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면 차량 가격 인상은 물론 수리비 인상 등 사후관리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