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발화 사고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국가에 따라 다른 자세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판결에 앞서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한국에서는 피해자들과의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와 관련해 중국 피해자와 한국 피해자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조선일보DB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와 관련해 중국 피해자와 한국 피해자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조선일보DB
2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발화사고를 일으킨 갤노트7을 구매한 중국 소비자에게 합의금 1만9964위안(약 332만원)과 스마트폰 구매액 5988위안(99만8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중국 매체의 오보다"라며 판결이 아니라 합의를 통해 취하된 소송의 건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쌍방 약속을 이유로 구체적인 합의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법원은 갤노트7 구매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적이 없다"며 "법원 심리가 진행된 건 맞지만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져 판결 직전에 소송이 취하됐다"고 해명했다.

소송을 건 야오 모씨는 갤노트7을 구매한지 열흘만에 발화사고를 경험했다. 야오씨는 "작년 9월 7일 중국 본토에서 판매되는 갤노트7은 해외시장의 제품과 다른 배터리를 사용해 리콜하지 않을 것이라는 삼성전자 중국법인의 성명을 믿고 징둥닷컴에서 제품을 구매했다"며 "그러나 갤노트7은 발화했고 이 사고로 인해 침대 매트리스가 불에 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사기 등 혐의로 중국 인민법원에 고소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소송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합의를 한 것은 중국에서 벌어진 갤노트7 발화 관련 첫 소송 사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패소하게되면 잇따라 제기될 소송에 판례를 만들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중국 소비자에 대한 대응은 한국 내에서 벌어진 소송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피해자들과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세다.

◆ 한국 피해자는 블랙컨슈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작된 갤노트7 소비자 집단 소송에 적극 대응했다. 갤노트7 구매자들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집단 소송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을 리콜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이유다. 1차 집단 소송의 청구인은 총 527명이며 손해배상 금액은 1인당 약 50만원으로 총 2억6350만원에 이른다. 2차소송에는 2400여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3차 소송에는 500여명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1차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손해는 '통상 참을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법률 대리를 맡고있는 법무법인 광장은 답변서를 통해 이미 '충분한 보상조치'를 취했다고 답변했다. 2차와 3차 소송도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화상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합의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소송은 끝까지 가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갤노트7 개선품의 첫 피해자로 알려진 이모씨의 경우는 '블랙컨슈머'로 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외부충격으로 결과가 나온만큼 번복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이씨는 "사고가 발생한 후 삼성 관계자가 집으로 찾아왔으며 이들은 제품 회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제품을 회수해 간 이후 삼성전자는 KTL과 SGS의 2시간만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외부충격에 따른 발화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특히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블랙컨슈머로 만들었다"며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마치 그게 사실인 것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최씨 역시 삼성전자가 합의는 고사하고 피해보상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이씨와 최씨를 포함해 갤노트7 발화로 인해 직접적인 화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 5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갤노트7 발화로 인해 화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불안, 사용 불편에 따른 고통을 입었다"며 각각 1160여만원, 1120여만원, 1000만원, 500만원(2명) 등 총 4282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1월 13일 이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조정 회부를 결정했다. 조정 회부는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에게 공평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양측 합의가 없을 경우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양측의 지루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아직 법원의 조정 회부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과의 소송과 관련해 자신들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해자들은 "소송이 진행된 후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온 연락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