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과 관련,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입찰 기업에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미국 기업이 가장 적합한 인수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첨단 칩은 로봇 공학, 인공지능(AI)의 핵심"이라며 "일본의 국가 안보를 고려하면 미국이 유일하게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 원전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시설 / 웨스팅하우스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원전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시설 / 웨스팅하우스 홈페이지 갈무리
로이터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필요할 경우 입찰을 통제하기 위해 일본의 '외환 및 대외 무역법(Foreign Exchange and Foreign Trade Act)'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기업은 사전에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인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각할 때도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환 및 대외 무역법을 들어 개입했다.

도시바가 자회사 미국 원전 설계업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파산 신청을 고려 중이라는 점도 반도체 사업부를 미국 기업에게 매각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도시바의 경영난을 초래한 업체로 지난해 62억달러(7조1802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도시바는 더이상의 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염두했으나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일본 정부가 파산 신청을 압박하면서 미국 정부에 웨스팅하우스 파산 신청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선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사업에 83억달러(9조5284억원)의 채무 보증을 선 미국 정부와의 조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웨스팅하우스 파산 과정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을 미국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고위급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이 더 적합한 입찰자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웨스팅하우스와 관련해 (미국과) 싸울 필요가 있기에 반도체 부문 교환을 통해 (파산 과정에)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입찰에 참여한 미국 기업으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베인캐피탈 등이 있다. 미국 외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와 홍하이 그룹, TSMC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