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이들을 우리는 흔히 명장이라고 한다. 폭넓게 본다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올곧이 제 한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ICT분야의 기술 리더도, 키덜트 분야에서 섬세함을 펼치는 감성 리더도, 각 계 분야에서 열정을 펼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일터에서 양팔을 잃은 30대 가장, 한쪽 손이 불편한 고등학생 예비 뮤지션.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맞춤형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제공한 기업가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었다. 주인공은 이상호 만드로 대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 3D 프린팅에 매료된 그는 곧 전자 의수에 주목했다. 기존 전자 의수는 기성품이라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없었고, 가격도 수천만원대로 비쌌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절단 부위, 장애 정도에 따라 전자 의수를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고 고장에도 대응하기 쉽다. 용도에 맞게 부품 교환도 가능하며 가격은 기존 제품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3D 프린팅 전자 의수 보급에 나선 이상호 만드로 대표. / 차주경 기자
3D 프린팅 전자 의수 보급에 나선 이상호 만드로 대표. / 차주경 기자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경기도 부천 소재 만드로 사무실, 이상호 대표는 맞춤형 3D 프린팅 전자 의수 제작을 위해 장애인과 상담 중이었다. 수십 건의 전자 의수 제작 노하우를 쌓은 그는 장애인의 생활 습관, 취미 등을 상세히 묻고 기록하는 한편, 3D 프린팅 재료의 장단점과 기술 한계를 설명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이들에게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

"아직까지 3D 프린팅 기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쇄 방식상 단기간에 제품을 만들 수 없고, 재료도 한정됩니다. 특히 도면 설계가 어려워요. 지금까지 없었던 부품과 구조를 창작해야 하거든요. 장애를 겪은 반려동물의 보조기 제작을 의뢰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러한 한계들 때문에 끝내 제작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는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국내외에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기획했다.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일까. 이 대표의 3D 프린팅 전자 의수는 코이카 해외지원사업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에 선정됐다.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 공익 목적을 만족하며 해외 진출도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제 눈을 해외로 돌려, 시리아 난민들의 전쟁 상흔을 치료할 3D 프린팅 전자 의수 제작에 나섰다. "중동 난민 가운데 절단 장애인이 특히 많다고 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둘러싸인 이들 난민에게 생활을 도울 전자 의수는 사치에 가까워요. 이들에게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제공할 방법을 찾던 중 코이카 CTS 프로그램과 연이 닿게 됐습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2018년 4월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500대의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기부한다. 이 제품들은 절단 장애인들의 직접 지원, 대학에서의 연구개발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그는 3D 프린팅 전자 의수 도면을 무료 공개하고 보급형 3D 프린터도 지원한다. 난민들이 3D 프린팅 전자 의수를 스스로 만들고 유지보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일시적인 기부 이벤트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없이 난민들이 3D 프린팅 전자 의수 제작과 유지 보수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3D 프린팅 전자 의수의 가능성과 기술력을 더 널리 전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제작한 3D 프린팅 전자 의수들. / 차주경 기자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제작한 3D 프린팅 전자 의수들. / 차주경 기자
코이카 CTS 프로그램과 함께, 이 대표는 절단장애인용 전자 의수를 더 발전시킨다는 각오다. 물건을 집고 다루는 기본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수 기능을 추가해 더 많은 사용자를 돕겠다는 각오다. 스마트폰 기능을 내장한 전자 의수, 부피를 15% 가량 줄인 여성청소년용 소형 전자 의수, 신경 장애인을 위한 장갑형 외골격 전자 의수가 그 예다.

"3D 프린팅 기술의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 닦이지 않은 부문을 개척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려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단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존 산업과 높은 시너지를 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3D 프린팅의 매력과 위력을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