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당국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P2P 업계를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 같다. 자칫 기술로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핀테크 정신까지 훼손되는 게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가 글로벌 P2P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남규 기자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가 글로벌 P2P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남규 기자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렌딧 USA 2017' 간담회에서 P2P금융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뿐 아니라 관련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대표는 "미국은 10년 전부터 대체금융이라는 형태로 P2P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연소득 7만달러(7868만원), 자산 25만불(2억81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제한없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41조원 규모의 P2P금융 시장이 형성됐지만, 국내와 같이 까다로운 규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많다"며 "투자액을 제한하거나 P2P금융 기업들의 선대출을 금지한 조항 등은 P2P금융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P2P금융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특정 P2P금융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연봉 1억원 이상, 연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적격투자자는 4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P2P금융 기업의 선대출 방지는 사채업자들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펀드로 투자금을 모으기 이전 단계에 P2P금융 업체가 회사 자금으로 미리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두 가지 규제 모두 P2P금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금 한도 제한은 P2P금융의 투자 매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선대출 방지는 정작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을 저축은행과 같은 고금리 시장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 대표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먼저 1000만원을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4000만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적격 투자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P2P금융을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P2P금융을 이용하는 상당수가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며 "급하게 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언제 투자금이 모일 지도 모르는 펀드로 자금을 모아 빌려준다고 말하면, 대다수가 등을 돌려 저축은행으로 향하는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정부의 규제를 준수하면서 P2P금융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율공시를 강화하고 협회 가입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고객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