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와 과학기술 융합을 통한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부처 중 한 곳으로 추락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ICT와 과학으로 분리· 독립하거나 기존 부처에 흡수·통합되는 등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래부는 출범 후 4년간 ICT·과학을 융합함으로써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단말기유통법 ▲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형 발사체 기반 달탐사 ▲중성자가속기 ▲700㎒ 주파수 등은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IT조선은 미래부의 핵심 사업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차기 정부에서의 미래부가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할지 조망해 봤다. <편집자주>

2020년까지 2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한국형발사체·달탐사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과학계 최대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은 달탐사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일정 자체가 지연됐다. 기왕 우주산업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달탐사를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융합 산업의 성과물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 미래부, 무리한 일정으로 달탐사 추진했지만…2018년에서 2020년으로 일정 2년 늦춰

미래창조과학부는 202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사업과 인공위성 독자기술 개발 등을 위해 2017년 총 670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미국 나사(NASA)와 2018년까지 시험용 달 궤도선을 개발·운용한다. 시험용 궤도선 내 탑재공간 일부를 NASA에 제공하고, NASA는 달 궤도선 추적 및 심우주 항법, 심우주지상국 구축, 달 영상 등 데이터 처리시스템 개발 등을 자문한다. NASA와 진행하는 사업은 별도 업무협약(MOU)을 진행한다.

달 표면에 착륙한 달착륙선 형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표면에 착륙한 달착륙선 형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4년 미래부는 2018년까지 달탐사 위성을 달궤도에 진입시켜 달표면 연구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대형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정책 발표 4~5년 만에 성과물로 내겠다고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달탐사를 핵심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발표의 영향이 크다.

당시 정부의 발표에 과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달탐사를 진행하려면 국산 기술로 만든 로켓 추진체와 달 궤도선 개발 등 복잡한 절차가 있는데, 정부 요구대로 단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달탐사의 첫 단추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 단계부터 지연됐다. 한국형 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올리는 300톤급(75톤급 엔진 4기 묶음) 3단형 발사체로, 2020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릴 핵심 로켓이다.

미래부는 2020년 본발사 이전인 2018년 10월 75톤급 액체 엔진과 7t급 액체 엔진을 각각 하나씩 탑재한 2단 시험 발사체를 쏠 계획이다. 당초 2017년 12월 시험로켓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영향을 준 최순길 게이트가 터진 후인 2016년 12월 22일 시험 발사체 발사 계획 연기를 발표했다.

배태민 미래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당시 "액체 엔진과 추진제 탱크 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져 발사 시기를 늦춘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로 예정된 시험 발사체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달탐사선 개발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2020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 달탐사 이벤트에 집중하는 대신 '실리' 추구해야

한국형 탈탐사 사업이 우주과학 산업 전반과 연계된 실리 위주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왕 로켓 발사가 늦어진 만큼, 우주에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추진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날아가는 발사체 형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추진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날아가는 발사체 형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달탐사는 선진국 추격형 모델 대신 미래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융복합 기술 발전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주 인터넷, 원자력 전지, 험지형 탐사로봇 개발 등 신기술 발전의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나사와의 협력 내용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 산업의 기술·노하우를 빨리 보유하려면 선진국의 경험·기술이 중요한데, 2017년 12월 한미간에 체결한 '달탐사 협력 이행약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의락 국회의원은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달탐사 프로젝트를 보면 미국의 기술 이전 등 내용은 빠져 있다"며 "협상을 다시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 달탐사 사업을 원천 기술 확보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