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원에 달하는 한국 ICT 연구개발(R&D) 예산을 주무르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센터장 선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부설 기관인 IITP 센터장의 연임·선임은 NIPA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NIPA는 인사위원회도 열리기 전에 일방적으로 현 이상홍 IITP 센터장에게 퇴임을 통보했다.

IITP 노조와 국회 등에서는 IITP 센터장 교체와 관련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장 인사에 미래창조과학부나 국무총리실 등이 개입해 '알박기 인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 IITP, 5개 기관의 ICT R&D 업무 이관받아 2014년 출범

IITP는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등 5개 기관이 갖고 있던 ICT R&D 업무를 이관받아 출범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로고. / 각 기관 제공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로고. / 각 기관 제공
연간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집행하는 IITP는 애초에 독립 기관으로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공공기관 증가에 부담을 느낀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어 NIPA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부설기관으로 억지 끼워넣은 탓에 NIPA와 IITP간 관계는 애매해졌다. IITP는 ICT R&D 사업을 기획·평가하는 전담기관이지만 상위기관인 NIPA는 IITP의 사업의 수행기관이다. IITP 입장에서는 NIPA를 관리, 감독을 해야 하지만 상급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쉽지 않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IITP 독립을 담은 ICT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 IITP 센터장 선임 과정에 정부 윗선 개입했나

IITP 센터장 인선은 NIPA가 총괄한다. 이상홍 IITP 센터장의 임기는 2014년 4월 14일부터 2017년 4월 13일까지 3년간이며, 임기 만료 후 1년씩 연임할 수 있다. NIPA는 23일 비상임이사 5명과 경영지원실장 1명 등 6명이 참여한 가운데 인사위원회를 열고 IITP 센터장 공모를 결정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미래부 산하기관장 자리 중 공석이 많다는 지적이 있어 관련 인사를 진행 중이다"며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와 선임 여부는 인사위원회나 이사회 등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NIPA가 이상홍 센터장에게 임기 만료를 통보한 것은 인사위원회가 열린 3월 23일보다 10일 전쯤인 3월 14일쯤이다. 센터장의 공적과 관련한 평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체를 통보한 셈이다.

이상홍(사진) IITP 센터장. / IITP 홈페이지 캡처
이상홍(사진) IITP 센터장. / IITP 홈페이지 캡처
정치권은 IITP 센터장 인선에 미래창조과학부나 국무총리실 등 윗선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공백기를 틈탄 알박기 인사라는 것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장은 "ICT 특별법 개정을 통해 IITP의 독립 기관화를 추진해 왔는데, 정권 공백기에 IITP 센터장 교체가 추진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NIPA는 부설기관인 IITP 센터장 교체와 관련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해왔는데,구체적으로 누가 센터장 교체를 요구했는지 그리고 누가 물망에 올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IITP 노조도 새정부 출범 직전 센터장을 교체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차기 정권에서 ICT 분야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 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센터장을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이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ICT R&D를 책임지는 IITP 센터장을 새로 선임하는 것은 부적절 하지 않냐"며 "지금 당장 센터장을 선임하는 대신 새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는 인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IITP 센터장 자리는 부처의 산하기관이 아니라 NIPA의 부설기관이라는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들어오기 쉬운 구조다"며 "신임 센터장 인선과 관련해 노조가 각만 세울 경우 부작용이 있으므로 별도의 반대 성명서를 내지 않겠지만, 센터장 선임 과정이 절차적 하자 없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