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용 그래픽 칩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그래픽 칩을 공급해 온 영국 그래픽 기술회사 이매진 테크놀로지(Imagination Technologies·이하 이매진)의 주가가 72%나 곤두박질쳤다.

이매진은 3일(현지시각) 성명서에서 "애플이 향후 15개월에서 2년 이내에 이매진의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매진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매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그래픽 처리 장치를 개발해왔다. 애플은 현재 인텔 프로세서를 대체할 맥(Mac)용 칩을 설계 중이다. 애플은 또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도 설계 중이다.

애플 아이폰7 이미지 / 애플 제공
애플 아이폰7 이미지 / 애플 제공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이매진이 발표한 것이 사실이라면 내년쯤에 애플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두 갖춘 A시리즈 칩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은 ARM기반 프로세서를 이용해 경쟁업체보다 뛰어난 설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매진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매진은 "애플이 우리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GPU를 설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애플 한 마디에 휘청거리는 부품 공급업체

소식이 알려진 후 이매진 주가는 72% 떨어졌다. 애플로 부터 거두는 라이센스 및 로열티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매진은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이매진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그동안 이매진 수익은 애플 덕분에 3배 증가했고, 애플과의 협력을 위해 애플 본사 근처에 사무실을 낼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로거 필립(Roger Phillips) 인베스텍 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이매진이 최대 고객인 애플을 잃으면서 재정적인 영향을 입게 됐다"며 "애플과의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다른 고객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 협력사는 이매진과 같은 상황에 닥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을 포함해 16개 회사는 애플로부터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둔다. 애플 매출이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하는 다이얼로그 반도체(Dialog Semiconductor) 주가도 이매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4.4%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2억19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은 부품 공급업체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월마트가 가정용 제품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것처럼 전 세계 부품 공급업체의 운명이 애플 엔지니어 및 경영진의 결정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애플이 새로운 종류의 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고용했던 GT 어드밴스트 테크롤로지(GT Advanced Technologies)는 애플이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후 파산 신청을 한 적이 있다.